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김민수(25·2m3·경희대)와 김진수(18·2m6·미국 사우스켄트고)는 지난해 태릉선수촌에서 한 방을 썼다. 나이는 7살 차이지만 붙임성 좋은 김진수가 김민수를 잘 따랐고, 친형제처럼 가까웠다. 이름이 비슷해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간혹 바꿔 부를 때도 있었다.
둘이 비슷한 건 이름 뿐 아니다. 2m대 슈터라는 공통점도 있다. 큰 키에다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 능력까지 갖췄다. 칭찬에 인색한 대표팀 최부영 감독도 두 선수를 보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수 보고는 “아시아에서 저 키에 저만한 스피드와 탄력을 가진 선수는 없다”고 평가했고, 김진수에 대해선 “책임지고 키우고 싶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김민수는 아버지 고향 아르헨티나에서 ‘훌리안 파우스토 페르난데스 김’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한국인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위로 형이 둘 있지만 모두 결혼해 따로 살고 있다. 그는 2002년 6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어머니 조국에 왔다. ‘민수’는 아르헨티나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 이름이다. 피는 못속인다고 지금은 김치없이 밥을 못 먹을 정도가 됐다. 작년엔 귀화선수로는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늘 “빨리 프로에 들어가 홀어머니를 모셔오고 싶다”고 말한다.
1989년 5월생인 김진수는 만 17살2개월만에 국가대표가 됐다. 역대 최연소다. 미국 농구유학중인 그는 지난해 미국대학농구(NCAA) 4강팀 루이지애나·플로리다·UCLA가 영입을 제의할 정도로 성장했다. 김진수는 최근 끝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결선진출을 이끌었다. 지역예선이 없던 1948년 런던올림픽을 빼면 한국남자농구 사상 세계대회 첫 결선진출이다.
김진수에 이어 이번엔 김민수가 나설 차례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진출권이 걸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이다. 하지만 코트에는 그가 없다. 대회조직위가 그에게 “아르헨티나에서 국가대표로 뛴 경력이 없다”는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농구협회가 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백방으로 뛰어, 마침내 아르헨티나농구협회가 1일(한국시각) 발급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김민수는 지난해 월드바스켓볼클래식 미국 전에서 덩크슛을 터뜨리며 끓어오르는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그런 그가 벤치에만 앉아있으니 오죽 답답하랴.
오늘은 한-일 전이 열리는 날, 김민수가 ‘족쇄’에서 풀려나 펄펄 날길 그 누구보다 ‘동생’ 김진수가 성원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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