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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12년전 함성 다시 듣고 싶다

등록 2007-08-14 19:03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1995년 2월 어느날. 새벽 어둠을 뚫고 학생들이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1994~95 시즌 농구대잔치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맞붙게 된 연세대와 고려대 경기를 보기 위한 행렬이었다. 입장권은 금세 동이 났고,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암표라도 사려고 아우성이었다. 당시 3천원하던 입장료는 1만원을 웃돌았다.

마침내 선수단 버스가 도착하자 여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상민 우지원 현주엽 전희철 등 당대 최고 농구스타들이 나타났다. 체육관 안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오빠부대’는 절규하듯 비명을 내질렀고, ‘산소같은 남자 이상민’ ‘귀공자 우지원’ 등이 쓰여진 형형색색의 종이를 흔들어댔다.

이날 경기는 정규리그 마지막 승부. 연세대는 파죽의 12전 전승으로 정규리그 패권을 눈앞에 뒀지만, 11승1패의 고려대도 연세대를 꺾으면 승자승 원칙에 따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승부는 숨막혔다. 경기종료 4초 전 75-75. 마지막 공격권을 쥔 연세대는 시간에 쫓겨 던진 서장훈의 중거리슛이 그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날의 명승부는 지금도 농구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실업 8팀, 대학 6팀이 참가한 그해 농구대잔치는 무려 4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한 농구인은 “그때가 한국농구 최고 황금기였다”고 회고했다. 대학 스타들은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잡지모델로도 등장했다. 농구드라마와 농구만화까지 인기를 끌었다. 고려대 선수들은 만화영화 ‘헝그리 베스트5’의 주제가를 직접 불렀다.

그후 12년이 흘렀다. 당시 대학농구 스타들은 아직도 프로농구 코트에서 활약 중이다. 그들이 은퇴하기 전에 ‘그때 그 경기’를 다시 볼 수 없을까? 연세대 ‘독수리 5형제’는 이상민 우지원 문경은 김재훈 서장훈으로 꾸미면 좋고, 고려대 ‘헝그리 베스트5’는 신기성 김병철 양희승 전희철 현주엽이면 제격이다. 이상민-신기성의 포인트가드, 우지원·문경은-김병철·양희승의 3점슛, 서장훈-현주엽의 덩크슛 대결도 입맛을 당긴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적극적으로 주선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시기는 프로농구 개막 직전인 9월말이나 10월초가 좋겠다. 올 가을, 12년 전 함성을 다시 듣고 싶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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