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훈(왼쪽 둘째)이 4일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에서 화살을 쏘고 있다. 맨 왼쪽은 소채원.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 결승.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과 소채원(26·현대모비스) 짝은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와 조티 수레카 벤남 짝에게 158-159, 1점 차로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소채원으로서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다. 주재훈의 경우는 조금 특별한 은메달이었다. 그는 이른바 전문 궁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재훈은 엘리트 체육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가대표가 전문 스포츠 선수인 반면 그는 본업이 따로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청원경찰이다. 취미로 양궁을 하는 동호인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뚫고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해 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소채원(왼쪽)과 주재훈이 4일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주재훈이 활을 잡은 것은 대학 3학년 때인 2016년 경북 경산의 한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 가입하면서다. 부모가 경영하는 한우 농장에서 짬짬이 연습할 정도로 양궁에 흠뻑 빠져들었다. 활 쏘는 자세나 장비 튜닝법, 멘털 관리 노하우 등은 유튜브 등을 보면서 독학했다. 이 때문에 전문 궁사에 견줘 자세가 어설픈 면이 없지 않지만 그는 여러 동호인 대회에서 1위를 휩쓸었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꿈꾸기 시작했다. 결국 다섯차례 도전 끝에 2023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국가대표’가 되는 순간 그는 진천선수촌에 들어가야 했다. 결국 1년 무급 휴직계를 냈다. “전례가 없는 일인데, 회사에서 편의를 봐줬다”고 한다. 회사도 회사지만, 어린 두 아들을 둔 가장이기에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행히 아내가 이해해줬다. 주재훈은 “다른 집 같았으면 극구 반대하고 갈라서자고 했을 텐데, 와이프가 응원해줬다. 한번뿐인 기회니까 다녀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재훈은 자신의 장점을 ‘자유분방함’이라고 한다. 전문 선수들이 정해진 일정대로 훈련하는 반면 그는 직장 생활을 병행했기에 조금 더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다. 주재훈은 경기가 끝난 뒤 연합뉴스 등과 한 인터뷰에서 “전문 선수들은 보통 15분에 6발을 쏘는데, 나는 5분 안에 쐈다. 나만의 압축 훈련 방식이었다”며 “훈련은 충분히, 제 나름대로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7년차 국가대표 소채원은 “오빠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을지 생각하니까 나에게 굉장한 자극이 됐다”고 했다.
주재훈은 ‘진급’과 ‘은메달’ 중 무엇을 고르겠냐는 기자단 질문에 망설이다가 “은메달”을 택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동호인으로만 활을 쏠 계획이다. “내년에도 국가대표를 한다고 하면 회사에서 잘릴 것 같아서”다.
양궁 리커브와 컴파운드는 활로 구분된다. 리커브가 전통적인 활이라면, 컴파운드는 도르래가 달린 기계식 활이다. 올림픽에는 리커브만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있다. 이날 오후 열린 리커브 혼성 단체전에서는 이우석(코오롱)-임시현(한국체대) 짝이 일본의 후루카와 다카하루-노다 사쓰키 짝을 6-0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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