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관련 블로그의 파도를 타다 보면 요즘 부쩍 눈에 띄는 단어가 있습니다. ‘○○브랜드 패밀리세일 때 겟한 아이템이에요’ ‘미국 ○○백화점에서 운좋게 겟한 아이랍니다’. 겟. 원래 철자는 get. ‘얻다’, ‘구하다’, ‘마련하다’라는 뜻의 영어단어지요. 몇년 전 ‘웨어러블(wearable)하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쏟아져나오는 ...
3년 전의 3월10일은 아이가 태어난 지 삼칠일 되는 날이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꿈틀거리는 작고 연약한 생명체에 불과했던 아이가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날이었다. 겨울에 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져 출산하는 병원에 오시지 못한 친정아버지에게 아이를 보여드리러 가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
어린 시절 저는 오줌싸개였습니다. 네댓살도 아닌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랬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아닌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보통의 도시 주택들에 보일러는 없을망정 수세식 화장실이 대부분 설치돼 있었더랬죠. 반면 학교나 공원 같은 공공시설은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 일색이었습니다. 국민학교 입학했을 때 겪었...
며칠 전 가로수길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고급 외제차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였지만 묘하게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로수길에서 끼니를 때워야 할 때면 늘 가는 샌드위치집에서 샐러드와 빵조각을 입에 쑤셔 넣으며 친구와 투덜거렸지요. “진짜 가로수길도 이제 갔어.” 가로수길은 이제 명동이나 강...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이 들 때 중 하나는 어려서는 상상 못할 ‘어른의 입맛’을 확인할 때입니다. 지난번 따루 주모의 과메기 예찬에 이어 홍어 사랑 고백을 보면서 시종 입맛을 다셨습니다. 쫄깃하고 알싸한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와 곰삭은 묵은지를 싸서 먹는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과메기는 이번 설...
3년 전 차를 바꾸기로 결심하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한창 저가형 수입차들이 쏟아져 나올 때였지요.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아는 한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괘씸한 마음으로 수입차를 사볼까 고민했습니다. 이런저런 자동차들을 검색하고 알아보다 결국 국산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정비 때문이었습니다. 유럽산 자...
드라마 <보고 싶다>의 윤은혜 립스틱이 화제가 되더니 역시나 올봄의 대세는 분홍색인가 봅니다. 스타일면의 올봄 메이크업 트렌드 기사를 읽어보니 분홍색도 핫핑크의 화사한 컬러가 올봄 거리를 휩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무려 파란색 섀도가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켰다고 하는군요. 어쩐지 빨간 치마에 녹색 ...
이번 주말에 극장에 가야 할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라이프 오브 파이>. 3D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아직도 없다. 오래전에 놀이공원에서 이벤트용으로 나온 10분짜리 3D 영화나 잠깐잠깐 3D 화면이 등장했던 <스파이 키드> 같은 영화를 보긴 했지만 <아바타> 이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본...
술 마신 상태에서 물건을 선반에 올리는 행위는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서울메트로 관계자가 말했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술도 마시지 않은 채 소유권을 포기한 적이 있으니까요. 10년 전 그러니까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추석 명절 때였습니다. 시가에 명절 인사를 갔다가 시어머니께서 바리바리 ...
이제는 한풀 꺾였지만 한때 저도 ‘초대’를 많이 받는 인기녀였습니다. 때로는 특별한 친분도 없는 형식적인 친구들에게도 초대를 받곤 했죠. 네, 애니팡 게임 초대요. 저를 초대한 친구 중에 친한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마에 ‘성실’ ‘건실’이라고 새겨져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범생 스타일의 일중독 후배지요....
이주에 잠깐 풀리긴 했지만 올겨울 지독한 추위입니다. 올해처럼 오리털 패딩 점퍼가 피부인 듯 두툼한 외투와 혼연일체 되는 겨울을 경험하는 건 성인이 된 뒤 처음인 듯합니다. 오랜만에 날씨가 풀린 참에 꼬질꼬질해진 오리털 점퍼를 세탁소에 맡기고는 모직 코트를 입고 출근했더니 헐벗은 듯 허전하면서 ‘이게 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