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동물해방물결은 박완주 의원의 공천 취소와 개 식용 종식 공약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반려견을 가축에서 제외하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지난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완주 더불어민주장 의원이 자신의 총선 공약을 발표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위와 같이 발언했다. 한국 개 식용을 인정∙찬성하는 발언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이상돈, 표창원 의원이 개 식용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각 개를 ‘가축’에서 삭제하는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모든 동물의 임의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기약없이 계류중인 상태다. 수많은 집회가 있었지만, 법안들은 소리소문 없이 묻히고 있다.
건드리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심사도 없이 폐기되는 법안이 국회에는 비일비재하다. 찬반 의견을 명시적으로 내지 않으면서 교묘히 무시하는 것이다. 표심으로 먹고사는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에서도 욕먹지 않는 안전한 처사다.
그런데 박완주 소위원장의 최근 발언으로, 개 식용 종식 법안이 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지 비로소 명확해졌다. 개 식용이 끝나길 바라는 다수 국민(개 식용 반대 46%, 찬성 18.5%, 2018년 한국리서치)을 생각하는 깨어있는 의원들이 아무리 관련 법안을 발의해도, 결국은 국회 농해수위의 심사와 통과를 거쳐야 한다. 동물 복지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얕고, 축산업 진흥, 농촌 지역구의 표심만 생각하는 의원들이 농해수위에 앉아있는 이상 어려운 일이다.
20대 국회의 임기 종료가 목전에 닥쳤는데도 법안이 통과는 커녕 심사조차 될 기미가 없자, 다급해진 활동가들은 지난 1월31일에도 농림축산식품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여당 간사이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완주 의원의 천안 지역구 사무소를 찾았다. 소식을 듣고 쫓아온 육견협회 회원들은 박완주 의원 사무소 앞에서 ‘개고기 시식회’를 벌였다.
지난 1월31일 동물권 단체 활동가들이 개 종식 법안 통과 시위를 하고 있다. 왼쪽은 육견협회 회원들의 개 식용 찬성 시위 모습.
당시 동물해방물결이 제출한 질의에 대해, 박완주 의원실은 “개가 ‘가축’인지 ‘반려동물’인지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할 수 없다”는 답변 아닌 답변을 내놨다. 개는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 축산법에서는 ‘가축’으로 취급되는 이중적인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분명히 존재하는 법적 모순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다.
총선 전 어떤 논쟁도 기피하려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박 의원을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선거를 한달 앞두고, 결국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하는 데 동의한다”며 육견협회의 편을 들 줄이야. 이러한 박완주 의원의 태도가 무엇이 잘못인지 세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불가능한 주장을 한다. 하나의 종인 개를 당최 어떤 기준으로 차별, 분리하여 관리할 것인가? 인종차별주의가 철학적으로도, 실용적으로도 잘못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려견으로 살다가 유기견이 되어 개 농장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상황과 그 반대 상황이 모두 벌어지는 곳이 이 나라다. 태어나 마주한 운에 따라 보호 받거나 도살 당하는 운명을 오가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 이런 모순된 상황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당연히 가리지 않고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다.
1월 31일, 개 식용 종식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활동가들과 옆에서 ‘개고기 시식회’를 벌이는 육견협회 회원들.
둘째, 변화한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있다. 모든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할 필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개고기 반대에 대해선 앞서 언급한 설문 결과처럼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 2018년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을 인용하여 “거짓된 균형(False Balance)”을 형성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한국의 개 식용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국회의원이라면 일부 업자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리해야 하고, 변하는 여론 추세에 민감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셋째, 위 두 가지로 인해 훨씬 더 많은 국민의 고통, 개들의 죽음을 양산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개들은 여전히 두들겨 맞거나, 목이 매이거나, 고압 전기봉을 입에 물린 채 죽임당하고 있다. 2018년 청와대가 취임 1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1년 간의 민원 집계 결과를 보면, 가장 많이 접수된 민원이 ‘반려동물 식용 반대’였다. 그해 복날에는 개 식용과 도살을 종식해달라는 국민 청원은 2건이나 20만명 이상의 동의을 받았다.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이 쌓여야, 국회는 해결책을 찾을 것인가?
박완주 의원의 발언 직후, 동물단체들은 앞다투어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24일, 동물해방물결은 “박완주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개 식용 종식을 공약화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서명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했다. 최근 발표된 민주당의 ‘동물복지 총선 공약’을 살펴 보면, 반려동물에 대한 내용은 많지만, 개 식용 및 도살 종식에 관해선 언급이 없다.
역사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20대 국회는 동물을 고통으로부터 구해내는 데 나태했다. 그리고 그 나태의 중심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이개호 의원의 말처럼, 동물을 “잡아먹고 팔아먹는” 데 혈안이 된 국회 농해수위,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개 식용까지 찬성하는 박완주 농림축산식품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