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모로코의 고대하천인 켐켐강에서 톱가오리를 사냥하는 지상 최대 육식공룡 스피노사우루스의 상상도. 다비드 보나돈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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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처럼 뾰족한 주둥이와 등에 난 돛 모양의 큰 돌기가 이채로운 스피노사우루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육식공룡이다. 그러나 티라노사우루스를 압도하는 대형 육식공룡이 어떻게 사냥했는지는 수십 년 동안 논란거리였다.
마테오 파브리 미국 필드 자연사박물관 박사후연구원 등은 24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스피노사우루스는 물속 사냥에 적응한 전문 포식자로 드러났다”며 “이 공룡의 조밀한 뼈가 물속 생활에 적응한 증거”라고 밝혔다.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 태어나 육지로 진출했지만 일부는 삶터를 다시 물로 옮기기도 했다. 그런 예는 고래, 물개, 수달, 하마 등의 포유류와 펭귄 등 조류 그리고 악어, 바다이구아나 등 파충류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를 뺀 수많은 공룡 가운데 물로 간 종은 없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니자르 이브라힘 영국 포츠머스대 박사 등이 2014년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에서 발굴해 공개한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은 공룡 가운데 처음으로 다양한 수생 동물의 형질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1억년 전 모로코는 지구 역사상 가장 위험한 곳").
길이 15m 무게 7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강 괴물’은 뒷다리가 유난히 짧아 물속에서 헤엄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산발적으로 발굴된 부분적인 골격 화석에서 악어의 주둥이와 날카로운 원뿔형 이빨, 숨겨진 콧구멍, 노처럼 생긴 발, 지느러미 형태의 꼬리 등 물속 생활을 암시하는 형질이 잇따라 드러났다.
화석을 토대로 재구성한 스피노사우루스의 골격. 크기가 2m에 가까운 등의 돌기는 체온 조절이나 짝짓기 과시용으로 추정되지만 물속에서의 용도 등은 수수께끼다. 마이크 보울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스피노사우루스가 물속을 헤엄치며 고대 물고기를 사냥했는지 왜가리처럼 물가를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노렸는지는 논란거리였다. 주저자인 파브리 박사는 “지금껏 연구자들은 골격 화석의 해부학적 구조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곤 했다”며 “우리는 멸종한 동물의 생태를 알 수 있는 다른 최선의 대용물을 찾아 나섰다”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모로코 켐켐강 퇴적층에서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을 발굴하는 연구자. 조각난 형태로만 발굴되는 화석으로 공룡의 생태를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디에고 마타렐리 제공.
연구자들이 주목한 건 물에서 사는 동물의 골밀도가 육지에서 사는 동물보다 높다는 사실이었다. 파브리 박사는 “기존연구에서 물에 적응한 포유류의 뼈가 더 치밀하고 단단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치밀한 뼈는 동물이 잠수할 때 부력 조절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250종에 이르는 물에 살거나 육지에 사는 또는 멸종하거나 현생의 동물을 대상으로 골밀도를 측정해 이런 원리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골밀도와 수생 먹이활동 사이에서 분명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코끼리와 공룡부터 벌새까지 다양한 동물의 뼈 조직 모양. 물속 생활을 하는 동물일수록 꽉 차있고 육상동물은 도넛처럼 속이 비었다. 마테오 파브리 외 (2022) ‘네이처’ 제공
고래나 펭귄처럼 물속에 완전히 잠겨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의 뼈는 거의 완전하게 딱딱했지만 육지에 사는 동물의 뼈 조직은 도넛처럼 가운데가 뻥 뚫린 형태였다. 연구자들은 뼈 조직이 치밀해 무거우면 마치 선박의 밸러스트 워터처럼 에너지를 덜 들이고 쉽게 잠수하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육상동물 가운데 코끼리나 코뿔소, 멸종한 거대 초식공룡인 사우로포드 등은 골밀도가 높다. 파브리 박사는 “그렇지만 이들 동물도 체중을 떠받치는 다리의 골밀도가 높을 뿐 다른 부위 뼈는 상당히 가볍다”고 밝혔다.
스피노사우루스와 가까운 친척인 바리오닉스가 물속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상상도. 다비드 보나돈나 제공.
연구자들은 스피노사우루스와 그 가까운 친척인 바리오닉스는 골밀도가 높아 물속 사냥을 했지만 같은 스피노사우루스류에서도 수코미무스는 골밀도가 낮아 물가에서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스피노사우루스도 물속에서 사냥했지만 물가에서도 생활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보았다.
연구자들은 “육상동물이던 고래의 조상이 물속 생활에 적응해 발이 지느러미로 바뀌는 해부학적 적응을 하기까지는 수백만∼수천만 년이 걸렸다”며 “스피노사우루스는 물속 생활에 부분적으로만 적응이 이루어진 초기 고래와 비슷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파브리 박사는 “앞으로 발견한 새로운 공룡화석이 뼈 몇 조각밖에 없더라도 골밀도를 측정해 그 공룡이 물속에 살았는지 등 생태를 추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2-04528-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