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의 빙하 표면이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그 속에 포함된 막대한 양의 미생물이 지구환경과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그린란드 빙하 표면이 녹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지구온난화로 북반구의 빙하가 녹으면서 그 속에서 잠자던 병원체를 포함한 수천 가지 미생물이 해마다 수십만t 규모로 환경에 흘러나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안 스티븐스 덴마크 오르후스대 박사후연구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유럽과 북미 8곳과 그린란스 2곳의 빙하에서 표면의 녹은 물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빙하가 녹으면서 그 속에 갇힌 미생물이 대거 환경에 유출된다는 연구결과는 그동안 여럿 나왔지만 북반구 전체에 걸쳐 방대한 규모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빙하는 수백∼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느리게 흐르는 얼음으로 녹은 표면의 물과 퇴적물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산다. 연구자들은 “지역적으로 일관되게 녹은 지표수 1㎖에 평균 1만개의 단세포 미생물이 들어있었다”고 논문에 적었다.
빙하의 시료를 채취해 처리하는 연구자. 애버리스트위스대 제공.
연구자들은 중간 정도의 온난화가 진행됐을 때 환경으로 방출되는 미생물 양은 연간 65만t이며, 이런 방출이 북반구 빙하가 모두 녹는 80년 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2∼3도 높아지는 것으로 예측한다.
연구에 참여한 아르윈 에드워드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환경에 나오는지는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는가, 곧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계속 덥게 만드나에 달렸다”며 “그렇지만 보통의 온난화에도 방출되는 미생물의 양은 막대하다”고 말했다.
녹은 빙하 표면의 다양한 미생물 서식지. 이안 스티븐스 외 (2022)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 제공.
그는 유출된 미생물이 끼치는 영향은 주로 하류의 청정한 하천에 다량의 유기탄소를 흘려보내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고 온난화를 재촉하는 것이라면서도 “유출되는 미생물 가운데는 병원체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환경에 유출되는 미생물의 규모를 추정하는 것이어서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유출되고 인체에 해로운 종류가 포함됐는지 등은 밝히지 못했다. 에드워드 박사는 “대부분의 세균은 햇빛에 노출되면 곧 죽어 병원체가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은 높지 않겠지만 조심스러운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서부 빙하 표면에서 미생물 시료를 채취하는 연구자들. 애버리스트위스대 제공.
한편, 중국과학아카데미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생물공학’ 6월 2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티베트 고원의 빙하 21곳에서 얼음을 채취해 얻은 미생물의 유전체를 해독한 결과를 보고했다. 빙하 속에서 대부분이 세균이고 조류, 고세균류, 균류가 포함된 미생물 968종을 규명했는데, 그 가운데 98%가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으로 밝혀졌다.
지구의 빙하는 온난화에 따라 1990년대 초 이래 해마다 1조t씩 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은 물은 거의 오염되지 않은 약 20만 개 유역을 통해 하천, 호수, 피오르, 바다로 흘러든다.
인용 논문: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DOI: 10.1038/s43247-022-00609-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