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7일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 항소심을 하루 앞두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1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2심까지 무죄였던 ‘인천 개 전기도살 사건’을 대법원이 13일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개 식용에 대해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전기도살하는 행위를 유죄로 볼 것인지 기준이 되는 판결로 주목받았다. 60대 이아무개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2011년~2016년까지 연간 개 30여 마리를 전기도살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6월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2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1심은 전기도살이 동물보호법 8조 1항 1호인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항소심에서는 전기도살이 동물의 고통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판단 이유였다.
“법이 규정한 ‘잔인한 방법’이 아니므로 무죄”라고 본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전기도살의 ‘잔인성’을 우려한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씨가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방법의 구체적인 형태, 그로 인해 개애게 나타난 채내·외 증상 등을 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심리 결과를 토대로 “전기도살이라는 방법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이나 사회 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죄의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이번 판결은 개 도살 행위를 넘어 개 식용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다수의 도축업자가 전기가 통하는 봉으로 개를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 물에 삶는 방식으로 도살하고 있었지만,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 덕분에 처벌받지 않았다. 대법원이 개 식용 산업의 ‘주요 과정’을 유죄 취지로 판단함에 따라, 업자들은 난처한 입장에 몰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개 식용 논란에 대한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유관단체대표협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의 판결은 법리에도 정확히 부합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쉬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라며 환영했다. 단체들은 “하급심이 ‘인간의 관점’에서 잔인함을 평가했다면, 대법원은 ‘동물을 입장’에서 겪는 고통의 정도가 (잔인함을 판단하는) 기준이어야 함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지난 4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경기도 부천시의 한 농장에서 전기 도살로 개를 죽인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ㄱ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