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물수리. 물고기를 잘 움켜쥐도록 앞을 향하던 발가락 하나가 뒤로 젖혀져 있다.
남미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분포하는 물수리는 9월 중순이면 우리나라 한강 하구, 광주 경안천, 화성 화옹호, 강릉 남대천, 울산 태화강, 포항 형산강 등 하천에서 관찰되는 통과 철새이다.
수리류는 보통 짐승이나 새, 물고기를 모두 사냥하지만 물수리는 오직 담수성, 해양성 물고기만을 사냥해서 ‘물수리’라 부른다. 아주 드물게 설치류와 파충류, 다른 새들을 사냥하기도 한다.
물수리의 사냥터는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강, 하구, 호수, 해안 등 수초가 잘 형성되고 수심이 깊지 않으며 사방이 탁 트여 활공에 방해물이 없는 곳이다. 강릉 남대천의 물수리는 동이 트기 시작하는 오전 7시께 사냥에 나선다.
하천 환경에 따라 어종이 다르지만 이곳 남대천엔 숭어, 잉어, 연어가 서식한다. 남대천에서 물수리의 단골 사냥감은 숭어다. 600g 정도의 숭어를 사냥하면 2시간가량 소화한다. 그 이후 몇 차례 사냥에 나서며 오후 4시께면 사냥을 접는다.
사냥 시간이 매일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물수리가 사냥을 시도하거나 쉬고 있으면 남대천에 터를 잡은 까치와 까마귀 무리가 물수리를 따라다니며 텃세를 부린다. 물수리는 성가시지만 개의치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물수리는 사람보다 5~8배 많은 시신경이 안구에 밀집되어 있어 높은 상공에서도 물속의 물고기를 수월하게 찾는다. 최대 100m 상공에서 먹이를 포착할 수 있다.
물수리의 눈은 또 편광렌즈 구실을 해 물 표면에서 반사하는 빛을 걸러내어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잘 본다. 수면을 향해 수직으로 급강하하기 때문에 빛의 굴절로 인해 물고기의 위치를 착각하는 것을 피한다.
사냥감을 발견한 물수리가 날개를 접고 쏜살같이 하강한다.
사냥감에 가까워지면 꼬리를 치켜들어 표적에 수직으로 내리꽂히도록 한다.
물수리에게도 물속의 재빠른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사냥에 성공할 수는 없다. 나이 든 물수리는 풍부한 사냥 경험을 통해 80~90%의 성공률을 보이지만 어린 새끼들은 50~60% 정도만 성공한다. 성격이 끈질겨 사냥에 실패하더라도 성공할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한다.
물수리는 급강하 공격에 알맞은 높이인 30~40m 상공에서 사냥감이 눈치 못 챌 치밀한 계산을 하며 하늘을 맴돈다. 정지비행을 하거나 날다가 순간적으로 날개를 접고 시속 130㎞의 속도로 사냥감을 쏜살같이 낚아챈다. 수면 위로 떨어질 때는 바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첨벙하는 물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크게 솟구친다.
물고기를 덮칠 때 발을 앞으로 쭉 뻗어 몸과 같은 각도를 이룬다.
물수리는 사냥할 때 발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갈고리처럼 길고 예리한 발톱이 순식간에 먹이를 잡아챈다. 물수리의 바깥쪽 발가락은 마음대로 뒤로 움직일 수 있어 발가락 위치가 바뀐다. 맹금류 중 물수리만 가능한 일이다.
보통은 발가락은 3개가 앞으로 1개가 뒤로 향하지만 사냥할 때는 앞·뒤로 각각 2개씩 향해 안정적인 집게 형태로 바뀐다. 훌치기낚시와 비슷하다.
발톱이 시작되는 발밑과 발바닥 가운데에는 2개의 까칠한 돌기가 나 있어 미끄러운 먹이를 놓치지 않고 잘 잡을 수 있다. 물속으로 뛰어들 때는 콧구멍을 닫아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고 기름기가 많은 깃털은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아준다.
먹이를 덮칠 때 물수리의 발가락은 갈고리 모양으로 변형되어 사냥감을 쉽사리 낚아챈다.
놓친 숭어가 약 올리듯 뒤돌아볼 수 없는 물수리 뒤에 떠 있다.
물고기를 잡은 뒤 수면 위로 세차게 솟구친다. 사냥감을 움켜쥐고 날면서 깃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하늘에서 전리품을 자랑하듯이 주변을 몇 번이고 선회한 다음 높은 나뭇가지나 전봇대 등 사방이 탁 트인 안전한 장소에서 먹이를 먹는다.
물수리는 일정하게 먹이를 먹는 지정석이 마련돼 있다. 물수리가 사냥 후 주변을 선회하는 이유는 기류를 이용해 무거운 사냥감을 손쉽게 운반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수리는 바람이 불면 사냥한 물고기의 머리가 앞을 향하도록 해 공기저항을 줄이며 난다. 먹이를 먹은 후에는 먹이를 잡았던 발을 깨끗이 닦는데 그 자리에서 닦거나 물 위를 낮게 날면서 닦기도 한다. 다음 사냥 준비를 위해서다.
사냥감의 무게는 300g~1㎏으로 다양하다. 2㎏까지도 사냥할 수 있으나 물수리에게 물고기 1㎏은 사람으로 치자면 160㎏을 지고 뛰는 것과 같다. 너무 큰 사냥감을 잡으면 힘에 겨워 건져내지 못하고 포기할 테지만 일단 사냥감을 잡고 비상하면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옹골차고 단단하게 잘 발달한 다리와 갈고리발톱이 자물쇠 구실을 한다. 물수리의 몸길이는 수컷이 54㎝, 암컷이 64㎝로 암컷이 크다. 날개를 편 길이는 154~167㎝, 무게는 3~4㎏ 정도이다. 번식 때는 높은 나무나 절벽의 편평한 암석 위에 홀로 혹은 집단으로 둥지를 짓는다.
제법 큰 숭어를 잡은 물수리는 하늘을 날며 사냥감을 운반하기 좋게 가지런히 정리하며 두발로 잡는다.
숭어의 머리가 앞을 향해 공기의 저항을 줄인 뒤 선회하는 물수리. 기류를 타면 힘들이지 않고 먹이 먹는 장소로 갈 수 있다.
높은 나뭇가지나 전봇대를 이용해 먹이를 먹는다. 권관중 제공.
둥지는 직경이 2m 이상 되는 거대한 구조로서 나뭇가지를 되는대로 배열해서 만든다. 일반적으로 해마다 둥지를 수선해서 쓰며 뚜렷한 점이 있는 2~4개의 알을 낳고 포란하고 약 5주 후 솜털로 덮인 새끼가 부화하며 암수가 함께 기른다.
어린 새는 6~8주 후면 날 수 있고 3~4세 전후부터 번식을 시작한다. 물수리는 평생 같은 짝을 유지한다. 평균 수명은 20~25년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중순께 남대천을 찾아온 물수리는 여기서 45일 남짓 기력을 보충한 뒤 내년을 기약하며 11월 5일 따뜻한 남쪽을 향해 날아갔다. 물수리는 대양을 건널 때 하루에 평균 260~280㎞ 이동하며 하루에 최대 431㎞를 이동한다. 물수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이자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월동하는 새이기도 하다.
다리를 가슴 가까이 밀착하는 것은 몸의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가속력을 키워 재빠른 물고기를 잡기 위한 행동이다.
청둥오리는 물수리가 물고기만 사냥하는 것을 알고 바로 옆에서 첨벙대며 사냥을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