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8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행사장에서 시민단체가 ‘국가는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을 완수하라’는 내용의 카드섹션을 펼치고 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보니 단 한 번도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더라. 환자의 보호자를 볼 때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 겹치더라. 많이 지치고 힘든 부모님, 꿈에서라도 나타나 안아주길 바라. 내 꿈에도 와줘라. 친구야.” 세월호 8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 장애진씨가 희생된 친구에게 쓴 편지 낭독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느덧 26살이 된 장씨는 응급구조사가 됐다. 그는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립다”며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이 공동 주관한 이날 기억식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예전의 일상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유가족분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우리는 모두 부끄럽지 않은 동료 시민으로서 이날을 기억하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라며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는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정부는 소중히 받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8주기 기억식 무대에 ‘기억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추모식은 이날 오후 4시16분 울려 퍼진 추모 사이렌과 함께 묵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2920일, 꼭 8년'이 된 현재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행사장 주변에는 ‘국가는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을 완수하라', '세월호 8년 지금도 국가는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시민단체의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온라인 추모관을 통해 추모 메시지를 남긴 1500여명의 염원을 담아 새긴 대형 노란리본 사이에 마련된 기억식 행사장 무대에도 ‘진실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가 잠든 인천가족공원 추모관에서 추모식이 진행됐다.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제외한 일반인 희생자 41명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다.
한편,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탑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주검 미수습 5명 포함)이 숨진 사고였다.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250명과 교사 11명이 이 사고로 숨졌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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