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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단원고 벚꽃을 바다에 뿌렸다…세월호 8주기 선상추모식

등록 2022-04-16 15:49수정 2022-04-16 18:28

유족 등 44명 단원고 앞 벚꽃 헌화
맹골수도 검은 바다 위에 분홍 벚꽃
세월호 참사 8주기인 16일 전남 진도 맹골수도 사고해역에서 선상추모식에 나선 단원고 희생학생 유족들이 국화와 벚꽃을 던지며 추모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8주기인 16일 전남 진도 맹골수도 사고해역에서 선상추모식에 나선 단원고 희생학생 유족들이 국화와 벚꽃을 던지며 추모하고 있다.

“네가 좋아하는 벚꽃을 가져왔어. 하늘에서도 예쁘게 사진 찍어.”

전남 진도 맹골수도의 검은 바다 위에 벚꽃이 피었다. 수년째 봐온 야속한 바다이지만 이날만큼은 하양, 분홍색 꽃잎이 수 놓이며 아픔을 가렸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협의회) 유족, 지인 44명과 4·16재단 관계자 등 76명은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16일 오전 전남 목포시 죽교동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3천t급 경비함 3015함을 타고 사고 해역을 방문했다. 유족들은 파란 봉투에 담긴 벚꽃 뭉텅이를 살뜰히 챙겼다. 이날 새벽 경기 안산에서 출발하기 전 단원고등학교 앞길에서 딴 것들이었다.

고 김빛나라양의 엄마 김정화(55) 협의회 위원장은 “매년 아이들이 보고 싶어 사고 해역을 방문했는데 올해는 유독 단원고 앞 벚꽃이 눈에 들어와 가져왔다”며 “단원고 벚꽃은 아이들 누구나 사진 한두장을 찍었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벚꽃을 그동안 보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특별히 챙겼다”고 설명했다.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족들이 이날 새벽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딴 벚꽃을 국화와 함께 헌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족들이 이날 새벽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딴 벚꽃을 국화와 함께 헌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해경부두에서 출발한 지 3시간여 만에 52마일(96㎞) 떨어진 사고해역을 방문한 유족들은 세월호 침몰 시각인 오전 10시30분이 다가오자 영정사진을 새긴 현수막을 펼치기 시작했다. 8년째를 맞다 보니 매년 비슷한 형식의 선상추모식이 반복되는 상황을 다잡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길이 4m, 높이 1.5m 크기 현수막에 담긴 희생학생 250명은 가족들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10시30분께 사고 해역임을 알리는 노란색 추모 부표에 도착하자 묵념과 함께 선상추모식이 시작됐다. 높이 1m 파도가 일었던 바다는 이때만큼은 잔잔했다.

추도사는 유족의 지인인 김수남 (사)214안중근의날 문화예술협회 이사장과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맡았다. 김 상임위원은 “매년 4월이 되면 우리 모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에는 덜 미안한 어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이호진군 아버지 이용기(53) 협의회 대변인은 현수막 사진 순서대로 희생학생 25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추모했다. 이어진 헌화식에서 저마다 국화와 함께 벚꽃을 손에 든 유족들은 꽃잎 한 장씩 뜯어 흩뿌리며 오열했다. 곳곳에서 “사랑한다. 미안하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있는 추모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유족들이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있는 추모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김빛나라양의 아버지이자 전 협의회 운영위원장이었던 김병권(56)씨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딸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외쳤다.

10여분간 사고 해역을 선회한 함정은 오전 11시15분께 회항하겠다고 알렸다. 일부 유족은 찬 바닷바람이 이는 갑판에 남아 노란 부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묵묵히 서 있었다.

배에서 내린 유족들은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에도 들러 헌화와 묵념을 했다. 수만개의 노란리본물결이 유족을 맞았다. “그곳에서도 따뜻하고 행복하세요” “잊지 않고 기억할게” “47번째 생일이 부끄럽습니다. 애들이 하늘에서 행복하렴” 등 추모객들은 다양한 문구들을 매달며 희생자를 위로했다. 광주에서 7살 딸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은 김명훈(40)씨는 “올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꼭 세월호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찾았다. 생각보다 크고 녹이 많이 슬어 놀랐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선체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이날 추모식을 마무리했다.

이 대변인은 “올해 9월 2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끝나지만 주목할 만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아 우려된다. 정부가 지급한 배·보상금과 법원이 책정한 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금이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도 인제야 알려졌다”며 “사고 8년이 지났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발걸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16일 사고 8주기를 맞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16일 사고 8주기를 맞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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