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21년 12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청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개발부담금이 적게 나오게 해주겠다’며 윤대통령 처남에게 제안한 업체 대표를 재판에 넘기면서 사건의 핵심인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윤 대통령 처남의 회사가 공사비 산정업체와 공모해 토사 반출량 및 운송 거리를 허위로 적어 양평군에 제출한 게 범법 행위의 줄기인데, 정작 이를 처음 제안한 인물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공흥지구 시행사인 이에스아이앤디(ESI&D) 대표이자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아무개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사비용 산정 업무를 담당했던 ㄱ회사 직원 ㄴ씨 등 5명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혐의는 ‘개발부담금’을 적게 내기 위해 2016년 5~8월 사이 공흥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흙더미의 반출입 확인서와 운송 거리 확인서를 허위로 꾸며 양평군에 제출해 공무원의 업무 수행을 방해한 것이다. 운반 거리가 멀고, 토사량이 많을수록 공사비용이 늘어나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양평군은 2016년 11월 개발부담금 17억원을 부과했다가, 이들이 공사비를 부풀려 제출한 확인서를 인정해 이듬해 1월 6억원으로, 같은 해 6월 다시 ‘0원’으로 최종 통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ㄱ회사 대표 최아무개씨에 대해서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는 빼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용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최씨가 김건희 여사 동생에게 먼저 “개발부담금이 적게 나오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대로라면 최씨가 범행은 공모했는데, 사문서위조에는 소속 직원만 가담했다는 뜻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를 공모하거나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상태여서 기소하지 않았다. 대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부분은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 전제인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가 없는데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지 의문이다. 공무원이 착각·오인해서 공무를 집행하도록 방해할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 범죄인데, 사문서 위조에 개입하거나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처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기남부경찰청도 최씨를 이들과 공범으로 판단해 같은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ㄱ회사 직원이 최씨 지시를 받아 위조한 사문서를 양평군에 제출한 것으로 결론 낸 것이다.
김건희 여사 동생과 최씨가 공모 관계를 부인하고, 최씨가 문서 위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면 이들 범죄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처음 범행을 제안하고 공모한 인물이 ‘고의성’의 증거가 되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났다면, 공모한 핵심 피고인들의 공소유지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속 직원만 책임지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장부상 위조된 문서로 증빙하려고 했던 ‘부풀린 공사비용’이 얼마인지, 이 비용이 개발부담금 부과 심사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을 산정해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에는 이런 부분도 모두 빠져 있다.
이정하
jungha98@hani.co.kr,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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