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연습장 (16)
끝 : 마지막
최후가 지닌 두 얼굴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어울리는 말을 고르시오. 이 세상의 (끝|마지막)은 어디인가! 오늘 (끝|마지막) 곡으로 정선아리랑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너하고 술 마시는 일은 이번이 (끝|마지막)이야! [풀이]
처음이 있으면 끝이나 마지막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처음’의 상대어가 ‘끝’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이 되기도 하는 이유는 무얼까. 두 낱말은 별 생각 없이 혼용되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는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반영하는 결정적인 차이가 숨어 있다. 우선 ‘끝’은 한 덩어리로 된 사물의 가장자리, 또는 계속되던 것이 더 계속되지 않는 곳이나 때를 가리킨다. 반면 ‘마지막’은 여럿 또는 여러 번 가운데 맨 나중 것을 가리킨다. ‘끝’은 ‘손끝’ ‘바늘 끝’ ‘바다 끝’처럼 공간 및 사물에 쓰이고, ‘마지막’은 ‘마지막 순간’ ‘마지막 열차’ ‘마지막 숨’처럼 되풀이되는 시간 및 순서에 쓰인다. ‘끝’에서는 계속되던 것이라는 전제가 매우 중요하다. “망설이던 끝에 결론을 얻었다”고 하면 계속 망설이다가 어떤 결과를 얻어서 그 과정을 완성한다는 뜻이다. “성적이 끝에서 맴돈다”에서 ‘끝’은 성적이 1등부터 꼴찌까지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는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끝’이 사물과 어울리면 길고 가느다란 물건이 가늘어지는 쪽을 가리키고, 바다나 세상 같은 공간과 어울리면 그 한계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선언을 함축한다. 모름지기 공간이나 사물이나 끝에서 완성된다. 그래서 ‘봄의 끝’ ‘영화의 끝부분’ ‘연분의 끝’같이 계속 이어져왔던 진행의 흐름이 멈추고 과정이 중단되거나 관계가 끊어질 때 ‘끝’이 쓰인다. 한편 ‘마지막’에서는 반복이라는 전제가 중요하다. 이 말은 회수나 개수를 헤아린다는 것을 전제로 반복되는 다수 중 맨 나중 것을 부각시킨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매달린 나뭇잎 중 맨 나중에 해당하는 잎사귀로, ‘인생의 마지막’이나 ‘마지막 인생’이 아니라 ‘인생의 끝’을 상징한다고 보아야 한다. 어떤 음악프로그램에서 맨 나중에 내보내는 곡은 그날 들려주려고 했던 여러 곡 중 최후의 것이므로 ‘마지막 곡’이라고 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어떤 연사가 연설 말미에서 ‘끝으로…’ 운운한다면 그때까지 계속되던 연설의 과정을 마치기 전에 맨 나중 부분을 언급하겠다는 뜻이 되는 한편, ‘마지막으로…’ 운운한다면 여러 화제 가운데 최후의 것을 이야기하겠다는 뜻이 된다. ‘끝’이나 ‘마지막’의 상대어는 모두 ‘처음’이다. 그런데 이 두 낱말이 체언을 꾸미는 관형어로 쓰일 때는 ‘끝’의 상대어가 ‘처음’인 반면 ‘마지막’의 상대어는 ‘첫’이 된다. 그래서 ‘끝 곡’이 어색하게 들리는 만큼 ‘처음 곡’도 부자연스럽다. 두 낱말의 차이는 지난 여덟번째 글에서 다룬 ‘끝내다 : 마치다’와 관련이 깊다(2005년 12월2일치 참조). [요약] 끝: 한 사물의 가장자리|과정의 종점 마지막: 종류가 같은 여러 사물 가운데 최후의 것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끝, 마지막, 마지막
최후가 지닌 두 얼굴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어울리는 말을 고르시오. 이 세상의 (끝|마지막)은 어디인가! 오늘 (끝|마지막) 곡으로 정선아리랑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너하고 술 마시는 일은 이번이 (끝|마지막)이야! [풀이]
처음이 있으면 끝이나 마지막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처음’의 상대어가 ‘끝’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이 되기도 하는 이유는 무얼까. 두 낱말은 별 생각 없이 혼용되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는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반영하는 결정적인 차이가 숨어 있다. 우선 ‘끝’은 한 덩어리로 된 사물의 가장자리, 또는 계속되던 것이 더 계속되지 않는 곳이나 때를 가리킨다. 반면 ‘마지막’은 여럿 또는 여러 번 가운데 맨 나중 것을 가리킨다. ‘끝’은 ‘손끝’ ‘바늘 끝’ ‘바다 끝’처럼 공간 및 사물에 쓰이고, ‘마지막’은 ‘마지막 순간’ ‘마지막 열차’ ‘마지막 숨’처럼 되풀이되는 시간 및 순서에 쓰인다. ‘끝’에서는 계속되던 것이라는 전제가 매우 중요하다. “망설이던 끝에 결론을 얻었다”고 하면 계속 망설이다가 어떤 결과를 얻어서 그 과정을 완성한다는 뜻이다. “성적이 끝에서 맴돈다”에서 ‘끝’은 성적이 1등부터 꼴찌까지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는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끝’이 사물과 어울리면 길고 가느다란 물건이 가늘어지는 쪽을 가리키고, 바다나 세상 같은 공간과 어울리면 그 한계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선언을 함축한다. 모름지기 공간이나 사물이나 끝에서 완성된다. 그래서 ‘봄의 끝’ ‘영화의 끝부분’ ‘연분의 끝’같이 계속 이어져왔던 진행의 흐름이 멈추고 과정이 중단되거나 관계가 끊어질 때 ‘끝’이 쓰인다. 한편 ‘마지막’에서는 반복이라는 전제가 중요하다. 이 말은 회수나 개수를 헤아린다는 것을 전제로 반복되는 다수 중 맨 나중 것을 부각시킨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는 매달린 나뭇잎 중 맨 나중에 해당하는 잎사귀로, ‘인생의 마지막’이나 ‘마지막 인생’이 아니라 ‘인생의 끝’을 상징한다고 보아야 한다. 어떤 음악프로그램에서 맨 나중에 내보내는 곡은 그날 들려주려고 했던 여러 곡 중 최후의 것이므로 ‘마지막 곡’이라고 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어떤 연사가 연설 말미에서 ‘끝으로…’ 운운한다면 그때까지 계속되던 연설의 과정을 마치기 전에 맨 나중 부분을 언급하겠다는 뜻이 되는 한편, ‘마지막으로…’ 운운한다면 여러 화제 가운데 최후의 것을 이야기하겠다는 뜻이 된다. ‘끝’이나 ‘마지막’의 상대어는 모두 ‘처음’이다. 그런데 이 두 낱말이 체언을 꾸미는 관형어로 쓰일 때는 ‘끝’의 상대어가 ‘처음’인 반면 ‘마지막’의 상대어는 ‘첫’이 된다. 그래서 ‘끝 곡’이 어색하게 들리는 만큼 ‘처음 곡’도 부자연스럽다. 두 낱말의 차이는 지난 여덟번째 글에서 다룬 ‘끝내다 : 마치다’와 관련이 깊다(2005년 12월2일치 참조). [요약] 끝: 한 사물의 가장자리|과정의 종점 마지막: 종류가 같은 여러 사물 가운데 최후의 것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끝, 마지막,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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