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축구 빗댄 ‘쿨한 결혼’ 단숨에 10만부

등록 2006-07-06 20:36수정 2006-07-07 14:50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아내가 결혼했다

올 상반기도 국내 소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 1~6월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30위 안에 든 국내 소설은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박현욱씨의 <아내가 결혼했다>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올 상반기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낸 국내 소설은 이 두 작품밖에 없어보일 정도다.

공씨야 흥행의 보증수표같은 작가라고 쳐도 신예인 박현욱씨의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기는 그야말로 두드러진다. 지난 3월 출간 이후 석달 동안 10만부가 팔렸고, 판매 추이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숨에 읽힌다”는 평을 듣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히 팔릴 전망이다. “단숨에 읽힌다”는 입소문이 날 때 최고의 장점이다. 소설광들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들의 경우 결국 한 계절에 한 권 정도를 읽기 마련.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할 때 주변사람들에게 “요즘 재미있는 소설 없어?”라고 물었을 때 그 대답으로 가장 적합한 소설이 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이처럼 ‘단번에 읽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소설들이다. 올해에는 <아내가 결혼했다>가 그 자리를 다른 경쟁자들 없이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독특한 설정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의 아내가 또 결혼을 해 두 명의 남편을 거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새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주인공의 아내는 두 사랑을 모두 포기하지 않고 중혼을 감행한다. 그런데 소설은 이 이야기를 모두 축구와 연결시켜 풀어나간다. 두 남편과 한 아내의 삼각관계가 빚어내는 과정을 묘사한 뒤 그 상황에 걸맞는 유명 축구선수의 말, 축구사의 에피소드를 통해 다시 그 상황을 설명하고 빗대는 2중 구조로 이뤄져 있다.

비유 역시 모두 축구를 이용한다. 남편은 잠자리에서 뛰어난 아내를 ‘최고의 섀도 스트라이커’로 묘사하고, 아내는 어떻게 두 명의 남편을 두려하느냐는 남편의 말에 “우리 팀은 투톱이야”라고 맞받아친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가장 다른 점은 3각관계와 2중생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이런 소재를 다룬 대부분의 소설들은 으레 복잡한 애정과 증오의 교차가 벌어지는 신파조로 흐르지만,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부일처만이 결혼의 법칙이 아니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밝고 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신세대들이 중시하는 이른바 ‘쿨’한 3각 2중 결혼생활이 탄생한다.

20대의 전유물인 ‘쿨’함을 지닌 30대 여성 주인공인 아내는 그동안 우리 소설에선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여성상으로 이 소설 최고의 차별화 요소로 평가받는다. 2중 생활을 여성 중심으로 전개하는 것도 새롭고, 중혼이란 문제를 죄의식을 넣거나 비장하게 다루지 않고 역할 바꾸기 게임하듯 생생한 여성캐릭터가 속도감 넘치게 이끌어 간다. 바로 이 점에 여성독자들은 열광하고, 아내의 양다리 사랑에 꼼짝 못하고 끌려가는 남편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낀다.


반면 남성 독자들은 이 소설의 또다른 한 축인 ‘축구’에 열광한다. 아내에게 휘둘리기만하는 남편은 보기만해도 짜증난다는 반응이 많지만 대신 이 책이 한 수 가르쳐주는 축구 이야기가 소설 못잖은 재미를 주는 ‘정보’가 된다. 특히 월드컵과 맞물려 이 책이 소개한 축구의 명언 등이 인터넷에 ‘<아내가 결혼했다>에 나오는 이야기’로 인용되어 떠돌면서 책의 인기를 높여주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3각관계와 축구란 두 기둥 덕분에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이 대부분 여성 독자들만을 상대로 하게 되는 것과 달리 좀더 넒은 독자층을 끌어당기는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평소 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 30대 이상 남성들도 부담없이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고 있다. 워낙 다른 국내 소설들이 없어 책의 인기는 큰 어려움 없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