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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햇볕정책 뒤 상전벽해 변화” “신기루 변질”

등록 2006-09-29 15:58수정 2006-09-29 23:24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학술회의
제1주제 : 남북갈등 해결의 길
햇볕정책은 성공했는가. 다시 말해 햇볕정책의 결과로 북한은 변화하고 남북갈등은 줄어들었는가.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연 학술회의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발제·토론자들은 햇볕정책의 성과와 북한의 변화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발제에 나선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와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이론이 아니라 남북대화의 현장에서 쌓인 경륜을 바탕으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논전을 펼쳤다.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 서로의 논지를 존중하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진지한 자세가 돋보였으며, 갈등의 해결책은 ‘평화적인 방식’이 돼야 한다는 점만큼은 확인했다.

“평화공존·화해노력 난파…북한 전혀 변화 못시켜”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동복 대표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루어진 남북교류가 북한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표방해 온 평화공존, 화해, 민족통합 노력이 난파하고 있다”며 “두 정부는 남북관계에 오아시스를 건설하려 했으나 신기루로 변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좌파’ 정권의 ‘지속’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우파’ 정권으로의 ‘복귀’를 ‘선택’할 것이냐를 놓고 역사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북한의 ‘변화’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남북간 ‘평화공존, 화합, 그리고 민족통합’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유일무이의 첩경”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이자,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은 북한의 변화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북한 불변론’이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창립 10돌 기념 세미나 `한반도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임채정 국회의장, 배기선 정세현 민화협 상임의장(오른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창립 10돌 기념 세미나 `한반도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임채정 국회의장, 배기선 정세현 민화협 상임의장(오른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그는 남북 교류가 진보·좌파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면서 “각종 축전 행사는 물론이고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대부분의 남북간의 인적교류가 예외없이 보수·우파는 배제된 가운데 ‘진보·좌파’들의 ‘잔치 판’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는 남북교류가 북한을 바꾸지 못하고 “북의 주문대로 남쪽이 길들여지는 공간으로 구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변화를 위한 보수쪽의 대안도 제시했다.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구걸’이나 ‘매수’와 같은 부도덕한 방법이 동원되어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에 변화의 정도를 제시하여 이를 선택하도록 권유하면서 이에 호응할 때는 응분의 ‘당근’으로 격려하고 불응할 때는 적절한 ‘채찍’으로 제재하는 강·온의 방법을 적절하게 배합해야 한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세현 상임의장은 ‘입구-출구론’을 내세워 이 대표에 반격을 가했다. 이 대표의 논리는 단계를 생략한 출구론이라는 것이다. 정 의장은 “경제변화를 입구로 해서 시작된 변화가 군사변화를 출구로 진행되는 것이 사회주의 체제전환의 과정”이라며 “출구론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입구론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변화는 이미 한고비를 넘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 북한은 상징적인 변화를 거쳐 의미 있는 변화의 단계에 있으며 본질적 변화의 단계로 갈 것으로 본다. 이 대표는 본질적 변화만을 보려고 하고 그 기준만을 갖고 북한 불변론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입구에 이미 들어선 북한의 변화가 출구 쪽으로 계속 나아감으로써 정치·군사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대북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서 햇볕정책을 자리매김했다.

“북한 경제변화 입구 들어서…정치·군사 변화로 이어가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창립 10돌을 기념해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2006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학술회의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창립 10돌을 기념해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2006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학술회의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 의장은 “햇볕정책 이후 남북관계는 실로 상전벽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며 이 대표의 ‘신기루’론을 반박하면서 금강산 관광특구, 개성공단, 경의선.동해선 연결, 북한의 대남 무역의존도 심화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햇볕정책은 남북경협과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이 점→선→면으로 확대돼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도록 버텨주는 역할을 해왔으며,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와 2003년 3월 시장활성화 조치와 같이 가시적인 변화도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한계도 인정했다. “남북간 더 큰 평화를 위한 고차원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경협과 인도적 대북지원의 역할과 기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남북경협과 인도적 대북지원은 한반도에서 평화가 유지되도록 버텨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보수-진보로 나뉜 토론자들이 제기한 핵심쟁점 역시 ‘북한의 변화’였다. 김희상 전 국방대학원장은 “햇볕정책의 그늘에 대한 말씀이 전혀 없다”고 공박하면서 “ “돈 좀 쏟아붇는다고 해서 북이 오늘의 위기 극복하고 연착륙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햇볕정책이 북한당국의 주민에 대한 억압을 강화시키고 실패한 체제를 연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잇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북한의 변화를 평가 하는 데 있어서 “북한 스스로 자신들의 변화에 대한 포장능력이나 설명 능력이 극도로 부족한 게 크게 작용한다”걸 고려해야 하며 “그런 부족한 부분은 남쪽에서 메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는 또 “북쪽의 적화통일 의도는 공식문건일 뿐”이라며 “능력이 없는데 의지만 있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남남갈등 해결해야 남북관계도 일관성 유지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도적 시각에서 “비록 피상적이고 표면적이라 할지라도 남북관계가 진전된 것은 인정해야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서 대안부재론의 관점에서 포용정책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을 변화시키고 통일이 금방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진보쪽의 낙관론을 경계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이동복대표와 정세현 의장의 발표는 북한의 변화 필요성과 평화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남남갈등을 해결해야 남북 관계의 일관성과 장기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정 의장은 "왜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주장하면서도 의지는 없는가"라는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의 질문에 현 정부가 평화체제를 만든다는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황이 조성되면 정상회담하겠다는 것은 너무 소극적인 태도이며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용인·손원제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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