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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태안의 ‘검은 슬픔’을 알 것 같아

등록 2007-12-21 19:03

〈바닷가는 다시 숨을 쉴 거야〉
〈바닷가는 다시 숨을 쉴 거야〉
읽어보아요 /

〈바닷가는 다시 숨을 쉴 거야〉
데이비드 벨아미 지음·질 도우 그림·이일형 옮김·김익수 감수/초록개구리·8500원

태안 앞 바다 기름 유출 사고는 서해 어민만의 비보가 아니다. 지구의 ‘재앙’이며, 우리의 ‘죄와 벌’이다. 다행히 온 국민이 인간띠를 만들며 바다 살리기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바다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파멸해가고 있다. 해조, 해초류, 껍질이 없는 무척추동물이 무참하게 녹아버리고 있다. 바다, 늪, 하천, 호수 따위의 밑바닥에서 사는 저서동물과 가시털 갯지렁이, 곤쟁이, 풀게 등 태안반도에 사는 무른 피부를 가진 연성무척추동물도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우리 어린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바닷가는 다시 숨을 쉴 거야>를 함께 읽어보려 한다. 책 속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형편과 너무도 닮았다. 온갖 바다생물의 건강한 발육과 성장으로 늘 풍요롭고 평화로운 바다. 베도라치, 소라게, 해파리, 바닷말, 삿갓조개, 가시고기 등 아주 작은 바다 식구들의 평화로운 세계가 마치 바다 곳곳을 여행하듯 펼쳐진다. 그런데 유조선에 금이 가면서 석유가 흘러내린다. 바다는 순식간에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이고 죽음의 행진이 무섭도록 빠르게 진행된다. 바다는 다시는 무수한 생명체의 보금자리로 푸르게 살아나지 못하는 걸까? 사람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지만 사람의 힘으로 다시 바다를 살릴 수는 없을까? 책을 읽다보면 한번 훼손되거나 파괴된 자연생태계의 회복이 얼마나 힘들며, 사람은 물론 동식물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하며 괴로운 것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마치 태안 지역의 어린이들이 쓰고 그린 ‘기름유출사고 보고서’인 듯하다.

사람은 동물보다 똑똑하다 하여 교만하며, 식물보다 강하다 하여 무례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자연생태계의 혼란이 오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야단법석이다. 결국은 자연의 자정능력에 의지한 채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만 사람은 뒤만 돌아서면 까맣게 잊는다. 자연이 시커멓게 죽어가든 말든! 초등 전학년.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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