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익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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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익어 가요〉
도로시 로즈 지음·우석균 옮김/열린어린이·8000원 마냥 어리광만 부릴 것 같던 철부지 소년이 불쑥 성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 계기는 처음엔 밖에서 온다. 하지만 자기 안에서 뜨거운 담금질을 거치면서 소년은 믿음직스러운 존재로 훌쩍 자라난다. 형들을 열병으로 잃고 장남이 되었지만, 티그레는 구김살 없고 활달한 아이다. 어느 날 티그레가 늦잠을 자는 사이, 혼자서 옥수수 밭을 개간하러 간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다. 자신을 탓하며 한밤중에 깊은 숲을 가로질러 주술사에게로 달려가는 소년의 심정을 헤아려 보시라. 티그레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힘겨운 농사일까지 기꺼이 떠맡는다. 마야 원주민들에게 옥수수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물주는 세상을 창조하고 온갖 동식물을 빚은 다음 옥수수로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기에 옥수수는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마야 사람들의 살이자 뼈이고 피다. 이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숲의 신에게 잠시 한 귀퉁이의 땅을 빌려 곡식을 거두고 되돌려주는 경건한 의식이다. 화전을 일구고 옥수수를 키워 내는 일은 온몸이 땀에 젖고 손에 피가 맺히는 고단함의 연속이지만, 그런 수고를 통해 티그레는 자연의 질서와 삶의 지혜를 깨달아 간다. 대지를 달굴 듯 뜨겁던 건기와 거침없이 비가 쏟아지던 우기가 지나고, 마침내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옥수수들은 한 해 동안의 인내와 고민과 기도가 거두어들인 결과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대견한 것은 이런 체험을 하며 건강하게 무르익어 가는 소년의 마음이다.
황금빛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과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하여, 책을 펼쳐 든 나의 눈과 귀가 시원해지고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공부에 찌들려 가벼운 읽을거리로만 위로를 받는 우리 아이들을 이들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도로시 로즈 지음·우석균 옮김/열린어린이·8000원 마냥 어리광만 부릴 것 같던 철부지 소년이 불쑥 성장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 계기는 처음엔 밖에서 온다. 하지만 자기 안에서 뜨거운 담금질을 거치면서 소년은 믿음직스러운 존재로 훌쩍 자라난다. 형들을 열병으로 잃고 장남이 되었지만, 티그레는 구김살 없고 활달한 아이다. 어느 날 티그레가 늦잠을 자는 사이, 혼자서 옥수수 밭을 개간하러 간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다. 자신을 탓하며 한밤중에 깊은 숲을 가로질러 주술사에게로 달려가는 소년의 심정을 헤아려 보시라. 티그레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힘겨운 농사일까지 기꺼이 떠맡는다. 마야 원주민들에게 옥수수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물주는 세상을 창조하고 온갖 동식물을 빚은 다음 옥수수로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기에 옥수수는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마야 사람들의 살이자 뼈이고 피다. 이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숲의 신에게 잠시 한 귀퉁이의 땅을 빌려 곡식을 거두고 되돌려주는 경건한 의식이다. 화전을 일구고 옥수수를 키워 내는 일은 온몸이 땀에 젖고 손에 피가 맺히는 고단함의 연속이지만, 그런 수고를 통해 티그레는 자연의 질서와 삶의 지혜를 깨달아 간다. 대지를 달굴 듯 뜨겁던 건기와 거침없이 비가 쏟아지던 우기가 지나고, 마침내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옥수수들은 한 해 동안의 인내와 고민과 기도가 거두어들인 결과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대견한 것은 이런 체험을 하며 건강하게 무르익어 가는 소년의 마음이다.
황금빛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과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하여, 책을 펼쳐 든 나의 눈과 귀가 시원해지고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공부에 찌들려 가벼운 읽을거리로만 위로를 받는 우리 아이들을 이들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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