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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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뱅스가 사라진 날〉
에벌린 네스 글 그림·엄혜숙 옮김/문학동네·8500원 샘은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할 기발한 이야기들을 참 잘도 꾸며낸다. 그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다. 샘은 자기 엄마가 인어라고 우긴다. 모두들 샘의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말이다. 샘은 자기 집에 사나운 사자와 아기 캥거루가 있다고 하지만, 집에 있는 것은 늙고 영리한 고양이 뱅스뿐이다. 어부인 아빠가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면, 샘은 뱅스와 대화를 나눈다. 아빠는 이런 딸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샘에게는 자기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친구 토마스가 있다. 날마다 아기 캥거루를 보여 달라고 조르는 토마스에게 샘은 이런저런 구실을 끌어댄다. 그 엉뚱한 말에 따라 토마스는 올빼미 집이 있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낡은 풍차 방앗간이나 등대로 달려가기도 한다. 토마스와 뱅스가 아기 캥거루를 찾으러 바닷가의 푸른 바위로 간 어느 날,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샘은 그제야 자기가 꾸며 낸 이야기에 대해 자책감을 갖는다. 다행히도 아빠가 토마스를 구해 오고 뱅스도 용케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 사건은 샘이 사실과 공상의 차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이런 공상은 정말로 쓸모없는 것일까? 샘처럼 외롭고 쓸쓸한 아이에게 공상이란 비밀스러움과 유혹으로 가득한 자기만의 세계다. 공상이 부풀어 오르다 보면 때로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넘어서기도 하지만, 크게 염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주면서, 아이의 상상력이 현실과 조화롭게 만날 수 있도록 조용히 도와주는 배려가 소중할 테니까. 거친 듯 자유로운 선과 농담을 적절하게 조절한 검은색과 황갈색 톤의 채색도 인물들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섬세하게 드러낸다. 군더더기 없는 글과 그림이 주는 여백의 느낌, 이것은 독자들이 한층 깊숙이 작품으로 들어설 수 있는 또 다른 비밀 통로이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에벌린 네스 글 그림·엄혜숙 옮김/문학동네·8500원 샘은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할 기발한 이야기들을 참 잘도 꾸며낸다. 그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다. 샘은 자기 엄마가 인어라고 우긴다. 모두들 샘의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말이다. 샘은 자기 집에 사나운 사자와 아기 캥거루가 있다고 하지만, 집에 있는 것은 늙고 영리한 고양이 뱅스뿐이다. 어부인 아빠가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면, 샘은 뱅스와 대화를 나눈다. 아빠는 이런 딸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샘에게는 자기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친구 토마스가 있다. 날마다 아기 캥거루를 보여 달라고 조르는 토마스에게 샘은 이런저런 구실을 끌어댄다. 그 엉뚱한 말에 따라 토마스는 올빼미 집이 있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낡은 풍차 방앗간이나 등대로 달려가기도 한다. 토마스와 뱅스가 아기 캥거루를 찾으러 바닷가의 푸른 바위로 간 어느 날,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샘은 그제야 자기가 꾸며 낸 이야기에 대해 자책감을 갖는다. 다행히도 아빠가 토마스를 구해 오고 뱅스도 용케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 사건은 샘이 사실과 공상의 차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이런 공상은 정말로 쓸모없는 것일까? 샘처럼 외롭고 쓸쓸한 아이에게 공상이란 비밀스러움과 유혹으로 가득한 자기만의 세계다. 공상이 부풀어 오르다 보면 때로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넘어서기도 하지만, 크게 염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주면서, 아이의 상상력이 현실과 조화롭게 만날 수 있도록 조용히 도와주는 배려가 소중할 테니까. 거친 듯 자유로운 선과 농담을 적절하게 조절한 검은색과 황갈색 톤의 채색도 인물들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섬세하게 드러낸다. 군더더기 없는 글과 그림이 주는 여백의 느낌, 이것은 독자들이 한층 깊숙이 작품으로 들어설 수 있는 또 다른 비밀 통로이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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