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 사냥꾼 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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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사냥꾼 티모〉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글·이형진 그림·나송주 옮김/주니어중앙·1만원 ‘나는 어떤 아이일까?’ 이런 질문이 떠올라도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전에, 성급한 어른들이 먼저 판단을 내려 줄 테니까. 너는 똑똑하고 착한 아이야, 너는 도대체 대책이 안 서는 사고뭉치야 하는 식으로. 유감스럽게도, 티모는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소년이다. 하긴 전에도 툭하면 수업을 빼먹고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자기를 놀리는 같은 반 아이들을 때려 주곤 했다. 새 학교로 쫓겨 와서는 좀더 별스러운 취미가 생겼다. 직접 만든 새총으로 동네의 가로등 전구들을 깨뜨리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말썽꾸러기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전구 사냥꾼 티모>라는 엉뚱한 제목을 보면 영락없는 악동의 기록일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런 소년이 일기를 쓴다는 건 남모를 비밀이 생겼다는 신호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나?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티모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변화한다. 굳게 닫아걸었던 빗장이 열리면서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건네고 싶은 은밀한 바람도 생긴다. 이 작품은 이른바 문제아 소년이 겪는 사건과 그에 따른 심리를 일기 형식에 담아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오밀조밀 얽혀 가는 이야기가 어디로 흐를지 몰라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결말 부분이 다행스럽다. 티모 같은 외톨박이에게도 손을 맞잡아 주는 친구들이 생겼으니 말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성장기의 소년이 자신을 건강하게 세울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자칫 심각하고 무거운 소재를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경쾌하게 풀어가는 작가의 글도 그렇지만,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절묘하게 잡아낸 이형진의 그림도 감탄을 자아낸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글·이형진 그림·나송주 옮김/주니어중앙·1만원 ‘나는 어떤 아이일까?’ 이런 질문이 떠올라도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자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전에, 성급한 어른들이 먼저 판단을 내려 줄 테니까. 너는 똑똑하고 착한 아이야, 너는 도대체 대책이 안 서는 사고뭉치야 하는 식으로. 유감스럽게도, 티모는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소년이다. 하긴 전에도 툭하면 수업을 빼먹고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자기를 놀리는 같은 반 아이들을 때려 주곤 했다. 새 학교로 쫓겨 와서는 좀더 별스러운 취미가 생겼다. 직접 만든 새총으로 동네의 가로등 전구들을 깨뜨리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말썽꾸러기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전구 사냥꾼 티모>라는 엉뚱한 제목을 보면 영락없는 악동의 기록일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런 소년이 일기를 쓴다는 건 남모를 비밀이 생겼다는 신호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나?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티모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변화한다. 굳게 닫아걸었던 빗장이 열리면서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건네고 싶은 은밀한 바람도 생긴다. 이 작품은 이른바 문제아 소년이 겪는 사건과 그에 따른 심리를 일기 형식에 담아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오밀조밀 얽혀 가는 이야기가 어디로 흐를지 몰라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결말 부분이 다행스럽다. 티모 같은 외톨박이에게도 손을 맞잡아 주는 친구들이 생겼으니 말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성장기의 소년이 자신을 건강하게 세울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자칫 심각하고 무거운 소재를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경쾌하게 풀어가는 작가의 글도 그렇지만,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절묘하게 잡아낸 이형진의 그림도 감탄을 자아낸다.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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