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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작통권 환수 펄펄 뛰다 제 덫에 걸린 보수언론

등록 2006-08-24 17:36수정 2006-08-25 14:45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난데없이 불거진 논란은 한·미간 현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도록 만들 것이다. 정부의 전작권 환수 방침에 일제히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전직 국방장관들이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에 모였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난데없이 불거진 논란은 한·미간 현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도록 만들 것이다. 정부의 전작권 환수 방침에 일제히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전직 국방장관들이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에 모였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90년대 초 작통권 조기 환수 말하더니
갑자기 ‘안보불안’ 단골메뉴 들고 반대
미국쪽서 “환수 지지” 밝히자 순간 당혹
결국 협상력 떨어뜨려 국익 손상 초래
궤변 늘어놓는 그들의 논리, 이제 그만

안과 밖

한 편의 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적반하장과 견강부회가 없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극력 반대하던 보수언론과 보수세력들이 내리고 있는 결론은 자신들이 현 정부의 “정치개임”에 말려들고 노무현 대통령이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이 한여름밤의 희극을 노무현정부의 “자주장사”와 “안보장사”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전시작통권 환수문제를 정치쟁점화해 여론을 선동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것은 자신들 아닌가. 조용히 진행돼오던 전시작통권 환수문제를 갑자기 들쑤셔 안보위기론과 시기상조론을 유포시키면서 국민들을 불안케 만든 것은 이들 보수세력들이다. 전시작통권 환수문제가 본질을 벗어난 채 정치쟁점화된 데는 특히 보수 일간지들의 책임이 크다.

뜬금없이 전시작통권 환수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조선일보> 7월19일자 보도였다. “미국이 2010년 이전에 한국군에 되돌려 주겠다”는 입장을 최근 우리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조기 이양하려는데는 “최근 불편한 한·미관계 때문에 한국쪽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다”는 친절한 분석을 곁들이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한국정부의 불충을 탓하고 조기 이양에 따른 안보불안감을 자극했다.

그러다가 8월2일 전직 국방장관들이 전시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모임을 가진 것을 계기로 보수일간지들은 이 문제를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정치쟁점화한다. 보수언론들의 전매특허인 ‘안보상업주의’와 ‘친미사대주의’에 ‘정부 흔들기’가 더해지면서, 이들 일간지 지면들은 비이성적이고 극단적 주장들로 도배되었다.

90년대 초 평시작통권 환수를 적극 환영하며 전시작통권의 조기 환수를 주장하던 보수 일간지들의 이중잣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한국의 불충 탓하며 불안 부채질

우선 보수 일간지들은 말장난으로 본질을 흐려놓았다. 전시작통권은 주권사항이 아니며, ‘환수’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고 ‘단독행사’라고 해야 맞다는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이고, 군사주권은 국가주권의 상징이다. 부대를 움직이고 작전을 수행하는 작통권이 주권사항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국가주권인가. 자기 군대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식민지 군대나 패전국으로 군사점령을 당한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갑자기 ‘단독행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생뚱맞다. 한국과 미국의 국가통수기구와 양국 합참의장이 참여하는 군사위원회의 지침을 받아 행동하기 때문에 ‘환수’가 아니라 ‘단독행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 한미연합체제의 ‘공동행사’는 도표상으로나 존재하는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그럼 군대를 움직이고 작전을 할 때마다 한·미 양국 대통령과 함참의장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하고 합의를 해서 한다는 것인지. ‘데프콘 3’가 발동되면 “한국군은 미군 지휘아래 들어간다”는 것이 미국 고위관리들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평시작통권 환수 때도 ‘환수’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자신들도 줄곧 ‘환수’ 용어를 써오다, 갑자기 ‘단독행사’라는 용어를 들고 나온 것은 낯간지럽다.

보수 일간지들이 들고 나온 반대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전시작통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져 한·미동맹 붕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더하여 전시작통권 환수가 미국 본토로부터 오는 증원군 파견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시작통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미국의 정책 중심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에 두어짐에 따라, 한반도는 미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그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헌법적 절차에 따라” 행동하도록 돼 있어, 전시작통권을 환수하면 미군의 ‘자동개입’이 어렵다는 주장은 미국의 헌법절차를 모르는 소리다. 미국은 전쟁 개입시 “헌법적 절차”라는 것이 아예 없다. 1787년에 제정된 미국 헌법에는 미군의 해외파병시 의회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독립하기도 바쁜 신생국이었던 미국의 입장에서 당시 자신의 군대를 해외에 파병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만으로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미국이 개입한 150여회의 전쟁 가운데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치른 것은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미국의 증원군 파견과 군사 개입은 전시작통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이익에 따른 군사전략적 필요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없는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군사적 개입을 하는 것이 미국이다. 통킹만사건을 조작해 베트남전에 개입한 것이나,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구실로 이라크를 침략한 것이 그 예다. 보수 일간지들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은 아무런 이득이 없더라도, 전시작통권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한국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엄청난 미군의 희생과 국가적 손실을 마다하지 않고 한국을 돕게 돼 있는 ‘수호천사’다.

미국의 이런 대규모 증원군 파견이 과연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불필요한 군사적 개입은 오히려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불러와 한반도에서 제2의 6.25와 같은 국제전을 촉발시킬 것이다.

보수 일간지들이 제기하고 있는 시기상조론의 중요한 논거는 한국군이 전시작통권을 행사하기에는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능력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인가. 아마 이들은 10년 뒤에도 똑같은 주장을 할 것이고, 통일된 뒤에도 중국의 위협을 내세워 시기상조론을 제기할 것이 분명하다.

한-미 동맹 붕괴 미국이 바랄까

그런데 보수 일간지들을 비롯해 반대론자들이 간과했던 것은 전시작통권 환수가 미국의 군사전략적 필요성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쪽에서 전시작통권 환수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환수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발언들이 미국 고위관리들로부터 잇따라 나오자 이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이들은 동북아 국제정세에 둔감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미국의 정책 변화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일부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의 무분별한 정치공세와 정부 때리기는 전시작통권 환수를 위한 한·미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도록 만들 것이다. 이들은 한·미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항상 우리 정부 때리기와 미국 편들기로 일관해 왔다.

이들의 행위가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들은 용산기지 이전협상 등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불평등한 협상의 결과로 국민들은 불필요하고도 막대한 재정적 부담만을 떠안게 되었다. 이처럼 이들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국익을 손상시키고 국민들에게 재정적 부담만을 가중시켜 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대표 칼럼인 ‘김대중 칼럼’과 ‘문창극 칼럼’이 모두 임진왜란을 예로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역사인식에 대한 천박함이 엿보인다.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임진왜란 직후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외치면서 친명사대주의에 빠져 나라를 말아먹었던 조선의 지배층보다 덜하지 않다. 조선의 풀 한포기와 생민의 털 한 터럭도 명나라 황제의 성은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고 감격해 하던 당시 지배층들의 사대주의와, 후금이 무섭게 등장하는 동아시아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둔감이 가져온 비극을 이 시대 보수세력들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일간 우열관계의 역사가 바뀐 것은 임진왜란 후 불과 2백년 동안이다. 수천년 동안 지속돼 왔던 한국의 일본에 대한 우위가 역전된 것이다.

4백년 뒤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단지 그 대상이 명나라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 악역을 보수언론들이 앞장서 맡고 있는 것 같다.

전시작통권 환수는 극히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부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돼왔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장래를 구상하고 결정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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