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전기차로 산업 전환을 잘하고 있는지 보는 평가에서 세계 20대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기술적 측면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았지만 낮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발목을 잡았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일본차들이 하위 그룹을 형성했다.
미국의 비영리기관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31일(현지시각) 전세계 20개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2022 세계 자동차 메이커 순위: 누가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는가’를 발간했다. 이 기구는 2015년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인 ‘디젤게이트’를 폭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곳이다.
보고서를 보면,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리퍼포즈) 항목에서는 100점 만점을 받았다. 충전 속도에선 테슬라에 이어 2위(75점)에 올랐다. 주행가능 거리 평가에서도 7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구매 항목에서 11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위원회는 “2021년 기준 현대차 체코 공장(HMMC) 12.8%, 현대차 인도 공장(HMI) 35.5%,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 100% 등 일부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많은 국가에서만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대차는 전체 사용 전력의 2%, 기아는 4%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발전·공급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의 전력 인프라 탓에 현대차·기아가 국내 공장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장기 전기차 판매 목표가 다른 완성차 회사들에 견줘 낮다는 이유로 ‘전략적 비전’ 항목에서도 현대차·기아는 20점을 받는 데 그쳤다. 지페이 양 국제청정교통위원회 프로젝트 매니저·승용차 프로그램 책임자는 “현대차·기아는 전기차로의 전환에서 다른 주요 글로벌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와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높은 성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전환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제조 공정에서 탈탄소화를 이루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 ‘우등생’은 테슬라와 비야디, 베엠베(BMW)와 폴크스바겐 순으로 꼽혔다. 테슬라는 시장점유·기술력·비전 등에서 고루 점수가 높았고 비야디는 비전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위원회는 “전력 사용량이 워낙 많은 테슬라와 비야디의 재생에너지 사용 관련 점수는 0점이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전체 공정 중 그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영역의 점수가 이를 보완해 높은 순위를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엠베와 폴크스바겐은 재생에너지 사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최하위 그룹에 속한 6개 제조사 가운데 5개는 토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였다. 일본차는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 위주여서 전기차 전환이 늦다는 평가가 많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는 이번 분석을 위해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 한국, 미국 등 6개 시장에 관한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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