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간편식을 고르는 모습. 이마트 제공
설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박아무개(64)씨는 올해부터는 간편식(밀키트)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전을 부치고, 산적을 굽고, 밤을 깎고, 탕을 끓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하나뿐인 며느리도 고생은 매한가지였다. 그러다 “요즘엔 밀키트로 제삿상을 차려도 꽤 훌륭하고 돈도 적게 든다”의 지인의 말을 듣고, 올해부터는 박씨도 간편식으로 상차림을 하기로 했다. 박씨는 “며느리한테 이야기하니 반색을 하며 좋아하더라”며 “세상이 변하는데, 굳이 옛날 방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간소함과 편리함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늘고, 물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간편식과 밀키트 등을 활용해 차례상을 차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도 이에 발맞춰 간편식 제수용품 관련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12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에는 지난 설 때보다 4.1% 증가한 25만4500원,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2.1% 오른 39만9740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설 차례상을 밀키트와 간편식으로 차리는 사람도 많다. 이마트 집계를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명절인 지난해 추석 때 이마트의 제수용 피코크 간편식 매출은 전년 추석 때 대비 22% 신장했고, 즉석조리 나물도 38.8% 늘었다.
대형마트들은 올 설에도 ‘간편식 차례상 수요’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설을 열흘 앞두고 간편식과 즉석조리 먹거리 행사를 진행한다. 우선 다음달 1일까지 피코크 간편 제수 상품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상품권을 증정하고 11개 제품은 20% 할인해준다. 국산 재료를 쓴 나물과 모둠전 등 즉석조리 명절 음식도 점포별로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명절 당시 간편식의 편리함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지속해서 관련 제품을 찾고 있다”며 “최근 고물가로 차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이마트 제수용 피코크 간편식 상품들로 차례상을 차리면 10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역시 오는 25일까지 ‘간편한 설날밥상’ 기획전을 진행한다. 모둠전, 떡국, 소갈비탕 등 명절 먹거리 즉석·간편식 신상품을 비롯해 물량을 3배 확대한 갈비찜 등을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특히 델리 코너에서는 ‘홈플식탁 설맞이 모둠전’을 출시한다. 고추전, 오미산적, 동태전, 동그랑땡, 깻잎전 등 집에서 만들기 번거로운 각양각색의 5가지 전을 매장에서 조리해 9900원에 판매한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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