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 가운데 중산·서민 주거안정대책의 첫 번째 과제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3분기(7∼9월)에 보유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선거와 부동산 보유세 과세 기준일을 불과 이틀 앞둔 30일 고물가에 따른 민생대책을 발표하며 ‘선거용 부동산 감세’ 정책을 끼워 넣었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 따라 1주택 보유자의 올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집값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서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생계비, 주거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즉시 실행 가능한 과제들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산층·서민 주거 안정 대책의 하나로 올해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으로 공시가격 6억원인 1주택 보유자의 올해 재산세는 7만원, 공시가 12억6천만원인 1주택자 재산세는 67만원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의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 보유자의 종부세도 수백만원 감소한다.
보유세 산정 때 올해가 아닌 지난해 주택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공시가 11억원 넘는 1주택자에게 부과하는 종부세의 할인율(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완화해 세금을 줄여주기로 했다. 보유세 산정 기준인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9.1%, 17.2% 급등했다. 공시가 9억원 이하 1주택자에게 적용 중인 재산세 세율 인하 조처와 종부세 할인율 조정(100 →75% 내외) 등으로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해도 2020년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기재부 쪽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주택자 중심으로 종부세 혜택을 부여해 서울의 고가 1주택 보유 심리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시가격 조정은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야당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올해 71.5%)으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으나 이를 백지화하는 셈이다. 내년에 2년치 공시가격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정부는 일시적 2주택 보유자에게 무거운 취득세를 물리는 기존 규제도 완화한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에 살다가 조정지역의 새 집을 산 일시적 2주택자가 2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면 취득세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조정지역 내 일시적 2주택자는 신규 주택을 살 때 1주택자 취득세율(1~3%)을 적용받고 1년 안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취득세 5~7%를 추가로 내야 한다. 그러나 이 처분 기간을 1년 더 늘리기로 하고 이달 10일 이후 주택 매도자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9월 중 기존 60~70%에서 80%로 상향 조정한다. 만 20~39살 청년층은 대출자 소득에 견줘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할 때 미래 소득을 확대 반영해 대출액을 늘려주기로 했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정책 상품도 8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반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지원 방안은 ‘찔끔 대책’에 가깝다. 추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친시장 경제정책 기조에 맞춰 ‘시장친화적 물가관리’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물가안정 대책의 초점도 생산자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쪽에 맞췄다.
정부는 새달부터 식용유, 돼지고기,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등 수입 품목 14개의 관세를 길게는 올해 연말까지 확대 인하하기로 했다. 또 수입 커피·코코아 원두(볶은 원두 제외)와 병·캔 등에 담은 김치·된장 등 가공식품의 부가가치세를 내년까지 면제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는 1학기(1.7%) 수준으로 동결하고, 승용차 구매 때 부담하는 개별소비세 30% 감면(세율 3.5% 적용) 조처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월 20기가바이트(GB) 안팎인 소비자를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 요금제 출시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서 서민층이 직접 혜택을 받는 정책은 많지 않다. 최근 경유 가격이 뛰며 직격탄을 맞은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 확대 조처로 더 받게 된 보조금은 월 13만원 수준인데, 1주택자 보유세 감세 혜택에 크게 못 미친다. 다주택자 종부세 감세가 빠지며 정부의 규제완화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으나, 공시가격 임의 적용으로 조세 형평성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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