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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허리띠 졸라매 긴축?…서민지원 확대·건전 재정 둘 다 놓쳤다

등록 2022-08-30 16:48수정 2022-08-31 02:42

2023 예산안 발표
정부, ‘긴축’ 강조했지만
실제론 색깔 없는 예산
취약계층·약자 지원도
예산 뒷받침 못해
“증세·지출확대가 정공법”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소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소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내년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가 약방에 감초처럼 언급했던 “재정 긴축”이 정치적 수사(레토릭)일뿐임을 보여준다.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선언’만으론 서민 지원 확대 등 민생경제 상황 대처와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3년 예산안과 향후 5년간의 재정 운용계획은 앞으로 매년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는 정도에 맞춰서 정부 지출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내년 예산은 올해에 견줘 5.2% 증가한 639조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내년도 성장률(경상 성장률)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문재인 정부 이전의 다른 정부들도 보통 경상 성장률 만큼 정부 지출을 늘려왔다”며 “이번에 정확히 그 정도를 늘려서 예전처럼 평범한 재정 운용 기조로 돌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과거 정부보다 커진다. 임기 중 평균 1%대를 유지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향후 4년간 적자 비중을 2%대 중반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지출과 적자가 늘었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축소되지만, 역대 다른 정부에 견줘 긴축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재정 운용 기조뿐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내년에 증가하는 예산의 대부분은 현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과 물가 상승에 따른 복지 지출 자연 증가분이다. 분야별로 보면 내국세 수입과 연동한 지방 교부세·교부금이 더해진 일반 행정 및 교육분야를 제외하고, 국정과제였던 외국 취약계층 지원 확대 예산이 반영된 외교·통일부문의 지출 증가율이 7.3%로 가장 크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따라 내년 병장 월급 월 130만원(사회진출 지원금 포함) 지급 예산을 포함한 국방 지출 증가율(4.6%)이 그다음으로 크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 남짓을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 지출은 내년에 4.1% 늘어나 전체 지출 증가율을 밑돈다. 예를 들어 내년 고령층 기초연금은 올해보다 4.5% 인상한 32만2천원으로 물가 상승률(한국은행 전망치 3.7%)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 지원을 강조했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한 셈이다.

이는 돈 쓸 데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들어올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내년도 지출 증가액 31조원 중 지방 정부와 교육청에 보내는 교부세·교부금 증액분을 제외하고 정부가 쓸 수 있는 순수 재원은 9조원에 불과하다. 대선 공약 및 국정과제 이행 예산(11조원)을 반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다. 정부가 향후 5년간 6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감세도 재정 여력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이번에 코로나 대응 예산 7조원 등 모두 24조원 규모 기존 예산을 삭감해 내년 신규 지출 수요를 채워 넣었다. 문제는 앞으론 이 같은 지출 구조조정 만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이후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 국정과제 이행 비용이 148조원에 이른다.

반면 정부 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내년부터 2026년까지 법에 지급의무를 명시한 각종 연금 등 의무 지출을 제외하고 정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지출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1.5%에 불과하다. 국정과제 관련 예산을 넣기에도 빡빡한 셈이다. 우석진 교수는 “세입 여건이 점점 안 좋아지기 때문에 공약 사업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재량 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을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게 설정한 건 지금까지 제도화된 복지 제도 이외에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새로운 복지 제도는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감세가 아니라 진취적으로 조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며 “공공부조 대폭 확대 등 당분간 확장 재정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늬만 긴축’이 아니라 증세와 사회 안전망 지출 확대라는 정공법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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