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6%대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8월 5%대로 낮아졌다. 국제유가 영향으로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5%대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석유류·농축수산물·외식비 등의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5.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오름세가 낮아진 것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3.6%로 지난해 12월 3.7%에서 0.1% 포인트 내렸지만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는 석유류 가격 상승세 둔화 영향이 컸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9.7% 올랐다. 7월 상승률 35.1%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같은 달이 아닌 지난달 대비로는 10% 하락해, 1998년 3월(-15.1%)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난 것이냐’는 질문에 “국제 곡물가 등 대외변수 흐름이 뒤바뀌지 않으면 정점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대외적 불안요인들이 다시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여전히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가공 식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8.4% 올라 7월(8.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농축산수산물 상승률은 7.0%로 7월(7.1%)과 비슷했고, 이 가운데 채소류 가격 상승률은 27.9%로 특히 높았다. 외식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6.8%로 지난달(7.9%)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총재보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수요 쪽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으로 오름세가 다소 확대됐다”며 “향후 물가 경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유가 추이,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원물가지수(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으로 인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것으로,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준다. 8월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4% 올라 7월(전년 동월 대비 4.5%)보다 다소 둔화했지만, 전달 대비로는 0.2% 올랐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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