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4월까지 걷힌 국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4조원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수 급감 탓에 4월 한 달 동안에만 전체 국세수입 감소폭이 10조원 더 커졌다. 예산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결손’이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정부는 올해 걷힐 국세 규모를 다시 추계해 이르면 8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31일 공개한 ‘4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올 1∼4월 걷힌 국세는 134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걷힌 국세보다 33조9천억원 적으며, 4월 누계 기준 역대 최대 세수 감소폭이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편성하며 목표로 한 국세수입액(400조5천억원) 가운데 얼마만큼이 걷혔는지를 보여주는 ‘세수 진도율’도 4월까지 33.5%에 그쳤다. 최근 5년 평균 4월 세수진도율 37.8%를 밑도는 것이자, 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대비 국세가 덜 걷히는 현상은 올초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4월은 특히 감소폭이 9조9천억원으로 컸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경기가 둔화하며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었고, 이에 따라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납부하는 법인세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4월 한 달 동안에만 지난해 대비 덜 걷힌 법인세가 9조원이다. 법인세는 3월 납부를 원칙으로 하되 대기업은 4월까지, 중소기업은 5월까지 분납할 수 있어, 지난해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수 감소는 5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거래량이 적어 소득세 수입이 지난해 수입을 밑도는 상황도 이어졌다. 4월 한 달에만 소득세가 지난해 대비 1조8천억원 덜 걷혔고, 이에 따라 1∼4월 누적 소득세 감소액은 8조9천억원으로 커졌다. 8조9천억원 가운데 7조2천억원이 양도소득세 감소분이다. 이밖에 부가가치세는 4월까지 지난해보다 3조8천억원, 유류세 한시 인하 영향으로 교통세도 7천억원 줄었다.
정부는 실제 걷히는 국세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상 세입(400조5천억원)보다 적은 ‘세수결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경기 상황이 좋아져 세수흐름이 개선되더라도 결손은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당장 5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똑같이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예산 대비 38조5천억원 부족하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실제 결손 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5월 종합소득세와 7월 부가가치세를 (신고) 받아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잉여금(지난해 쓰고 남은 세수)과 각종 기금 여유재원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일정 기간 내에 세수 상황은 지금보다 조금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며 “8월이나 늦어도 9월초에 세수를 재추계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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