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소비자가 느끼는 경기가 하반기 들어 나아지기는커녕 둔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올 추석 체감경기 지표는 지난해보다 더 낮은 수준이고, 소비자 체감경기는 8월 이후 두달 연속 가라앉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9월 전산업 업황 지수는 73을 기록해 전달보다 2포인트 올랐다. 6월(76)에서 8월까지 계속 떨어지다가 4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지수 반등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정제 등 일부 제조업의 수출이 회복되고,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으로 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업황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 전반에 대해 기업들은 여전히 비관적 인식이 더 많다. 또 지난해 추석 연휴 직전 달(2022년 8월, 81)과 견주면 훨씬 낮은 수준의 체감지표이다. 기업의 경기 전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는 100을 웃돌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더 많고, 100을 밑돌면 나쁘다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부문별로는 제조업 업황실적 지수는 전월대비 1포인트 오른 68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는 2포인트 하락했지만, 석유정제(11포인트 상승)를 비롯해 계절적 특수 요인이 있는 기계·장비(6포인트)와 1차금속(5포인트) 등의 상승폭이 워낙 커 전체 지수를 겨우 끌어올렸다. 서비스업 중심의 비제조업 업황실적 지수는 전월 대비 2포인트 오른 77로 조사됐다.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11포인트 급등해 돋보였다. “가을철 야외 행사 증가 등으로 인력 파견 및 행사 대행 수요 증가로 사업시설관리업의 매출이 늘었고 중국 단체관광객 유입 증가에 따른 관련 업종 경기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한은은 파악했다.
10월 업황에 대한 전산업 전망 지수는 9월(73)과 같았다. 하지만 제조업 전망지수(67)는 2포인트 떨어졌다. 황 팀장은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자동차 등 주력산업에서 수출과 내수 모두 전망 수치가 좋지 않게 나왔다”고 전했다. 비제조업 19월 업황 전망지수는 77로, 전달보다 1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평균치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더욱 비관적이다. 이날 한은이 함께 발표한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7을 기록해, 전달보다(103.1)보다 3.4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지수는 올해 3월(92.0)부터 7월(103.2)까지 5개월째 상승 흐름을 이어가다가 8월 이후 두달 연속 떨어져 100 아래로 되돌아갔다. 한은은 “수출 회복 지연 우려가 커지고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체감물가가 꿈틀거리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생활형편·경기·가계수입·소비지출 등에 대한 현재 판단과 전망을 설문조사해 산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에 기업 체감경기 지표들을 더해 산출한 9월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전달보다 1.3포인트 떨어진 92.7를 기록했다. 경제심리지수는 기업과 소비자 중심으로 민간이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산출하는 지표다. 올해 들어 이 지수는 6월(95.7)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7월부터 3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 흐름은, 정부가 되풀이하고 있는 ‘상저하고(상반기 둔화, 하반기 상승)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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