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12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내외 네덜란드 국빈 방문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 한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외 순방에 동행한 횟수가 7차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총수가 대통령의 국외 일정에 자주 동행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한겨레가 13일 대통령실 누리집과 언론 보도 등을 확인한 결과, 이재용 회장은 올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부터 이달 11일 시작한 네덜란드 방문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경제사절단 등으로 참여했다. 참여한 일정은 △아랍에미리트·스위스 다보스 포럼 △일본 △미국 △프랑스·베트남 △사우디·카타르 △일본·프랑스 △네덜란드 방문 등 7차례였다. 경제인을 위한 행사가 따로 없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제외하면 대통령의 국외 순방 일정 가운데 대부분에 이 회장이 참여한 셈이다.
이재용 회장이 더 많았을 뿐 다른 대기업 집단 총수들의 동행 횟수도 많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이 각각 6차례 동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4차례였다. 많으면 두 달에 한 번,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씩은 5대 대기업 집단 총수들이 윤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특히 국외순방은 ‘수행단 간담회’나 ‘참여에 대한 노고’ 등을 이유로 들어 국내보다 훨씬 쉽게 대통령과 밀접한 접촉을 하는 게 가능하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막시마 왕비와 함께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 총수들의 대통령 순방 동행은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동원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전 정부에 견줘서도 이례적으로 많다. 그동안의 외교 일정을 보면, 보통 대통령이 바뀐 뒤 미국·중국 등을 처음 방문할 때 경제사절단에 총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로는 대통령이 국내 기업의 현지 사업장을 방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총수들이 대통령 순방 일정에 따라가지 않았다.
순방에 참여한 국내 10대 그룹 관계자는 “대통령 일정에 참여할지 여부는 그 지역에 우리 회사의 사업장이 있는 지와 다른 큰 그룹들이 참여하는 지를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한다”며 “미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순방에 참여해서 사업적으로 얻는 이익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총수들을 우르르 데리고 다닌 경우는 없었다. 대통령실이 총수들과 같이 가면 홍보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삼성 쪽은 이 회장이 윤 대통령의 순방에 7차례나 참여한 이유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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