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43조9천억원(9.3%) 증가한 513조5천억원으로 확정됐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2년 연속 9%대 총지출 증가율에 이르는 확장적 재정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0년 예산안 및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다음달 3일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자와 수출 부진이 길어지면서 성장경로 상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이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수입은 482조원으로 올해보다 1.2%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재정 분권에 따라 지방정부 몫으로 돌아가는 지방소비세가 늘어난 탓이다. 특히 국세수입은 올해보다 2조8천억원(-0.9%) 감소한 292조원으로 전망됐다. 총지출 증가율에 비해 둔화된 총수입 증가율에 따라,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국내총생산(GDP)의 3.6%에 이를 예정이다. 국가채무 비율 역시 올해 37.2%(결산 기준)에서 39.8%로 2.6%포인트 증가한다.
홍 부총리는 “올해와 내년 경제 여건의 어려움을 재정이 적극적으로 보강해 정상적인 성장 경로로 복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재정당국으로서 고려할 사항을 균형 있게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예산은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와 혁신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중점 투자된다. 정부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올해보다 5조2천억원 많은 23조9천억원을 배정했다. 분야별 예산 증가율은 27.5%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세먼지 저감 사업이 대거 포함된 환경 분야는 19.3% 증가한 8조8천억원 배정됐다.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보다 3조6천억원 증가해 증가폭(17.3%)이 컸다. 재원 소요가 가장 많은 보건·복지·노동 분야에는 181조6천억원이 배정됐다. 증가폭은 12.8%였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3년까지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6.5%로 지난해(7.3%)보다 낮아졌다. 경기 둔화에 따른 세입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3년 국가채무 비율은 46.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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