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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최악 경제 여건에 확장적 재정…“구조조정과 세입 확대 뒷받침돼야”

등록 2019-08-29 09:00수정 2019-08-29 20:11

2020년 정부 예산안 확정
홍남기 부총리 “감내 가능한 최대폭 확장적 재정” 언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3.6%) 최대
국가채무비율도 2.7%p 늘어 증가폭 10년 새 최고치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여건에 고심 끝 결정한 듯
“과잉저축 시대, 정부가 유동성 흡수해 투자” 긍정 평가 속
‘지출 확대 넘어선 구조조정’·‘중장기 세입 기반 확충’ 요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0년 예산안은 경제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0년 예산안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역대급 확장 재정’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글로벌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이어지고 있어,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하더라도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의 말대로 내년도 예산안은 보수적인 재정 당국의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한해 나라 살림의 규모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적자로 편성한 점이 대표적이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관리재정수지 -3.6%로 적자 예산을 편성한 뒤, 2018년까지 10년 동안 -0.6~2.3% 사이로 적자폭을 관리해왔다. 올해 37.1%로 전망되는 국가채무비율 역시 내년 39.8%로 2.7%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2009년 29.8% 수준이었던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로 10년간 6.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해 동안 그 절반에 가까운 국가채무가 쌓이는 셈이다. 정부가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3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은 46.4%로 증가할 예정이다. 앞서 기재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을 45%로 정한 재정건전화법을 제안한 점과 비교하면,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확장적인 재정 운용을 선택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 그만큼 어렵다는 엄중한 현실 인식에 따른 결정으로 이해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민간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인한 여파는 아직 현실화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국내 경제도 경기지표의 부진 속에 하방 위험이 커진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예산안을 편성한 셈이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거시경제 환경이 안 좋고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과잉 저축의 상황에서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고 이를 지출하는 것은 올바른 재정의 역할”이라며 “재정건전성을 외면할 수 없는 기재부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아쉬운대로 확장적 재정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재정 확대만으로는 경제 여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존 재정 사업에 예산 지원만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기업 투자 부진과 고령화, 생산성 악화 등 펀더멘탈 전반에 문제가 있는 현 경제 상황에서는 단기간에 걸친 재정 투입만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스마트 재정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보였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정부 예산이 500조를 넘어 규모가 크게 확대된 만큼, 정해진 비율 만큼 액수를 줄이는 형식적·관습적 지출 구조조정이 아닌, 재정사업 전반의 지출 구조를 점검하는 구조조정을 내년 초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며 “민간 전문가 등을 포함한 깊이 있는 재정사업 평가를 통해 지출 구조를 반드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세입기반 확충 방안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통된 의견이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19.6%인 조세부담률은 2020년 19.2%로 오히려 0.4%포인트 낮아진 뒤 2023년까지 19.4%로 0.2%포인트 회복하는 데 그친다. 조영철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염려하는 재정 당국이 세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에 비해 세입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를 건설한다면서 조세부담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적어도 내년 총선 이후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증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둔화 시기에 기업 등 경제 주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증세 논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고령화 등으로 복지 지출 증가가 계속되는 만큼 증세를 통한 재원 조달이 안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총선 이후 국민 부담을 고려한 약간의 증세와 적자 국채 발행을 조합해 재정 적자의 충격을 흡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증세는 별도의 국민 공감대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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