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임종성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전 여야가 ‘전국민 지급’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논의가 급진전되면서 5월에는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긴급재난지원금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름대로 ‘긴급’하게 지원해야 할 돈이지만 여당과 정부, 야당이 지급 대상을 놓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공방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현재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지난 16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엿새째인 21일까지도 정부와 여당은 지급 대상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추경안에 담긴 대로 소득 하위 70% 이하에 최대 100만원(4인 가구 이상)을 지원하자는 쪽인 반면 여당은 소득에 상관없이 전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원하자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2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1일 “홍남기 부총리가 전날(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소득 하위 70%는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검토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기준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설득하자’고 밝힌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야당이 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총선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여야가 한마음으로 국민적 합의를 확인한다면 정부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총선 공약에서 말을 바꿨던 미래통합당은 이날도 다시 한번 전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정부의 추경 예산안을 하루속히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당이 예산편성 자체를 시비 걸고, 심부름꾼에 불과한 홍남기 부총리를 겁박하고 정치 행위를 한다든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정말 저희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21대 총선 이전에 밝힌 “여야가 합의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 부총리가 강경한 태도를 밝히는 데는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애가 타는 것은 일감이 줄거나 사라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다. 경남의 한 대학 시간강사(42)는 “개강이 연기되면서 3월 강사료가 줄었다. 코로나 때문에 생긴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재난지원금이라면, 되도록 신속하게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요가강사(40)도 “프리랜서로 하던 요가 수업이 코로나로 2월 중순부터 다 없어져 가계 수입이 30%는 줄었다. 필요할 때 줘야지, 도대체 언제 주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점에서 소상공인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은행 간부(50)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돈을 빨리 쓰게 해서 소상공인한테 가게 하는 것”이라며 “상위 30% 사람한테 온누리상품권을 줘도 결국 소상공인한테 가게 되니 이들에게도 줘도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긴급성’인 만큼 국회 논의를 조속히 마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전국민이든 혹은 소득 하위 70% 이하든 재난지원금은 집행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조만간 발표될 고용안정 패키지 등 정부 대책을 위한 3차 추경안도 논의해야 하니, 2차 추경안을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은 생계 지원 성격이 강해 대상을 따지기보다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결국 청와대가 지급 대상을 두고 갈등하는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여야가 예결위 등을 열어 추경 심사를 해야 한다. 현재 여야는 추경 심의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애초 여당은 4월 추경안 통과, 5월 지원금 지급을 목표로 했었다.
이정훈 서영지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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