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액수를 두고 여당과 야당, 정부가 팽팽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좀더 적극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난맥상이 이어진다면 ‘신속함’이 생명인 긴급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해 취약 계층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이 끝난 지 6일째인 21일에도, 여야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놓고 겉돌았다.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선별 지급’으로 돌아선 미래통합당은 이날 협상 탁자에도 마주 앉지 못했다. 여기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 하위 70% 지급’이라는 입장이 완고하다. 홍 부총리는 정부 재정건전성뿐 아니라 향후 3차, 4차 추경 편성 가능성과 고용, 일자리 지원 재원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물러서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안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선별 지급을 주장하며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기간 동안 ‘전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을 약속했던 미래통합당은 여당과 정부의 입장 차를 파고들며 공약 번복으로 인한 비난을 차단하고 있다. 통합당 소속인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 측에서 어차피 우리 의견과 거의 일치하는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여당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예산이 통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야당이 한편이 되어, 여당과 맞서는 기묘한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계속 표류하자 ‘청와대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며, 여야 합의안을 기다리는 게 순서’라는 말만 반복해왔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홍 부총리가 버티는 것을 왜 이리 오래 끌고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며 “일단 100% 지급을 하되 고소득자는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좀 줄이는 등의 절충안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도 여야와 정부가 3각 대립 구도를 스스로 타파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선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청와대가 정말 긴급재난지원금이 절실한 서민을 위한다면,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서 결정하는 게 맞다”며 “더 시간을 끌면 당장 급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때 지급할 시간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야당의 태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나서기가 곤혹스러운 면이 있다”며 “그러나 적어도 당과 정부 사이의 이견은 뒤에서 좀 정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도 내부적으로는 마냥 여야 합의를 기다릴 순 없다고 보고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가능한 한 빨리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야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을 오래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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