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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잔돈’ 홀대 은행들 “서민고객님, 제발 돌아와주세요”

등록 2007-12-05 09:15수정 2007-12-05 14:03

거리에서 고객 만족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 은행 직원들.
거리에서 고객 만족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 은행 직원들.
저금리 은행 월급통장, CMA로 대거 이탈…수익성 비상
‘부자 편중’ 마케팅에 경종…“스스로 자초한 일” 목소리

회사원 김성태(39)씨는 이달 초 월급통장에 있던 돈을 모두 빼 한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옮겼다. 김씨는 “‘은행이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에 주저 없이 갈아탔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 잔액이 지난달 23일 현재 26조원에 이른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 말의 8조원과 견줘 3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계좌 수도 145만개에서 455만개로 3배 이상 늘었다.

급여통장과 보통예금통장 등에 들어 있는 서민들의 ‘잔돈’을 홀대하던 은행들이, 이 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급여통장과 보통예금통장은 이자율이 낮아 은행권에선 ‘저원가성 예금’이라고 부른다. 저원가성 예금의 이탈은 은행에 곤혹스러운 일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이유는 저원가성 예금의 특성에서 나온다. 정기예금은 금리와 수익률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정기예금이 지금은 주식시장으로 많이 빠져나갔지만, 증시가 침체하거나 은행이 금리를 많이 주면 은행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월급통장을 옮기려면 각종 공과금과 대출금 자동이체를 다시 해야 하는 등 따라붙는 일들이 많아, 한번 빠져나간 월급통장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국민은행의 경우 저원가성 예금이 10월 말 현재 36조1822억원으로, 지난해 10월 말에 견줘 2500억원 정도 빠졌다. 지난해 연말 들어온 토지보상금 2조원 가량을 빼면 2조~3조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우리은행도 올해 들어 3조원 정도 빠졌다.

국민은행 수신 현황 추이
국민은행 수신 현황 추이


또다른 이유는 저원가성 예금이, 최근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에 든든한 기반이 돼왔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1~10월 정기예금 이자는 평균 4.8%였지만 월급통장 이자는 0.14%에 그쳤다. 이렇게 모인 자금을 가지고 6% 정도의 이자를 받으면서 대출을 해 이윤을 남겼다. 저원가성 예금이 가져다주는 마진이 정기예금의 30배가 넘는 셈이다.

저원가성 예금의 은행 이탈은 기본적으로 돈이 예금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자금 대이동)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은행들의 ‘부자 마케팅’에 대한 반작용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고객에서 나온다는 이른바 ‘20 대 80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왔다.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은 “그동안 은행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프라이빗뱅킹(PB) 위주의 서비스로 고객을 차별화했다”며 “최근 예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은행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20 대 80의 법칙’ 못지않게 ‘롱 테일의 법칙’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범한 다수’가 ‘잘난 소수’보다 낫다는 이론으로, 그동안 외면했던 80%의 서민 고객층에서 더 많은 이윤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월급통장이 카드 결제와 공과금 납부, 대출금 상환 등 활용도가 높아 수익 측면에서 플러스가 될 뿐 아니라 고객의 자금 흐름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어 마케팅에도 이용할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중소상인을 위해 수수료율을 인하하듯 은행들도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 수수료를 내려주는 등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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