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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단독] ‘안전 최우선’ KT, 공사장 안전관리 인건비는 ‘찔끔’

등록 2023-04-19 05:00수정 2023-04-19 14:50

통신공사장 안전신호수 인건비
비용절감 이유로 1명분만 책정
SKT·LGU+는 3명분 지원 대조적
업체들 “부족 인원 자비로 배치”
서울 종로구 케이티(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케이티(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케이티(KT)가 기지국·통신구·케이블 설치와 유지보수 등 통신공사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안전 최우선”을 강조하면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공사장 안전관리 인건비는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이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협력사들과 협의를 거쳐 공사장 안전관리 매뉴얼의 안전관리 인건비를 법·제도 강화 추세에 맞춰 대폭 현실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18일 케이티 통신공사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케이티는 통신공사를 발주할 때 안전관리 인건비(안전신호수·교통관리요원 배치에 필요한 비용)를 공사 명령서(공사 단위)별로 한명분만 공사비에 반영해주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케이티 통신공사 협력업체 대표는 <한겨레>에 “통신공사 특성상 한가지 공사를 하려면 2~3개 이상 지점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공사별로 보통 3개조 이상을 투입한다.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각 공사 지점마다 안전관리를 맡는 안전신호수를 따로 둬야 하는데, 케이티는 이런 사정을 살피지 않고 공사 명령서별로 한명분의 인건비만 반영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케이티 통신공사 협력업체들은 우스개소리로 ‘케이티는 공사장별로 팔 하나씩만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50인 이하 협력업체들까지도 법 적용을 받게 되는데, 서둘러 현실화하지 않다가 공사 중 사고가 나면 원사업자인 케이티도 책임을 피하게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쟁 통신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가 공사 단위별로 3명분의 인건비를 공사비에 반영해주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다른 통신공사업체 대표는 “에스케이텔레콤은 통신공사별로 3명분의 안전관리 인건비를 반영해준다. 지난해 협력사들과 협의해, 실제 공사 지점이 2곳일수도, 4곳 이상일수도 있다고 판단해 3명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그렇잖아도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이후 협력업체 쪽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지난해 4월, 공사 단위별로 안전신호수 3명을 쓴다고 가정해 인건비를 반영해주는 쪽으로 안전관리 인건비 반영 기준을 현실화했다”고 밝혔다.

통신공사장서 안전신호수는 통신구나 맨홀 안에서 케이블 설치·보수 작업을 하거나 기지국 철탑에 올라간 동료 직원의 안전을 돕는 구실을 한다.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통신공사 현장마다 안전신호수를 배치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공사장으로 차량이나 보행자가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는 교통관리신호수도 둬야 한다.

케이티가 구현모 전 대표 시절 비용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이라고 협력업체들은 짚었다. 케이티 협력업체 대표는 “안전신호수 한명을 쓰는데 하루(4시간 이상 기준) 15만~17만원이 든다. 공사 단위별로 안전신호수를 3명으로 늘려주려면, 공사 인건비(자재값·장비 이용료 제외)가 10% 가량 늘어난다”며 “누구도 경영진한테 통신공사 안전관리 인건비를 현실화하자는 얘기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 전직 임원은 “케이티 안전관리 매뉴얼은 30년 전 공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통신공사 현장을 잘 아는 기술직들은 안전관리 매뉴얼을 고쳐 안전관리 인건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표이사 선임이 세차례 무산되며 경영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비용이 불어나는 의사결정을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실무자들이 협력업체들 쪽에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케이티는 안전관리 인건비는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으면서 협력업체들의 안전관리 상황을 점수·순위화해 물량 배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공사 중 작은 사고라도 나면 안전관리 점수가 깎이며 순위가 밀리고 발주 물량이 줄어들게 되니, 공사업체 쪽에선 자체 비용을 들여 안전신호수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 (케이티 경영공백 사태 이후) 물량이 줄었는데, 안전신호수 인건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니 죽을 맛이다”라고 말했다.

케이티는 지난 17일부터 각 지역본부별로 투자·물량 중단을 하소연하는 협력업체들을 달래는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간담회에서 안전관리 인건비를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하면 되지 않느냐?’는 <한겨레> 질문에 “말을 꺼내는 순간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심지어 협력업체 명단에서 빠질 수도 있는데, 누가 입을 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등이 나서줘야 하는데, 정부 당국자나 협회 간부들은 통신공사 현장의 특수성을 잘 모르다 보니 본사 쪽 얘기만 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케이티는 협력업체들의 이런 하소연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이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맞게 공사 현장 작업환경 최적화 기준을 마련해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 관련 인력 인건비를 모든 공사 현장에 일괄적으로 똑같이 지급하지는 않고, 도로 상황에 따라 보도인 경우에는 한명의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하고, 차가 다니는 도로의 경우에는 안전신호수 한명과 교통통제요원 두명 등 3명의 인건비를 책정해 정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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