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브리핑실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새도시 아파트(AA13-2블록 1666세대) 주차장 붕괴는 설계·감리·시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부실이 겹치면서 발생한 사고로 드러났다. 시공사인 지에스(GS)건설은 사과문을 내고 아파트 단지 전체를 재시공하기로 했다. 부실 공사로 단지 전체를 다시 짓는 건 국내에선 이번이
두번째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 결과와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지에스건설이 시공 중이던 이 공공분양 아파트는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지난 4월29일 지하주차장 1~2층 상부 슬래브(1289㎡)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지하주차장 공사는 첫 단계인 설계부터 엉터리였다. 구조설계상 모든 기둥(32개소)에 철근(전단보강근)이 필요한데, 기둥 15개에 철근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표기했다. 감리도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공사는 설계상의 문제를 발견하기는 커녕 되레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추가로 누락했다. 사고조사위가 기둥 32곳 중 붕괴로 확인이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고 8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강도도 부족했다. 사고 부위 콘크리트의 강도시험 결과 설계 기준 강도(24MPa)보다 30%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지하주차장 위로 식재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보다 토사를 더 많이 쌓으며 하중이 더해진 것도 붕괴의 원인이 됐다. 설계에는 토사를 1.1m 높이로 쌓게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최대 2.1m를 쌓았다.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부가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근 누락”이라면서 “전단보강근이 모두 있었다면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조사위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의 심의 절차를 강화하고, 현장 콘크리트 양생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고조사위 발표 직후 지에스건설은 사과문을 내고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시공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과거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아파트 단지 전체를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엘에이치도 “철저한 건설관리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했음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발주처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엘에이치는 현재 대한건축학회에 의뢰해 입주자 참여하에 이번 지하주차장 붕괴의 영향을 포함한 아파트 단지 전체의 안전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지에스건설은 이 안전진단 결과에 관계없이 전면 재시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전면 재시공은 지난해 초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가 지금껏 유일했다.
한편 국토부는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지에스건설의 전국 83개 현장에 대한 확인점검을 추진 중이다. 이 결과를 포함한 지에스건설에 대한 처분 사항은 8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