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6일 미국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백악관과 문제를 조속히 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6일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난 뒤 워싱턴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백악관 차원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공감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같이 풀어내자는 데 대해 깊은 공감을 하고 같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 본부장은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원)의 보조금을 주도록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 내용은 무역 상대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 대우 규정 위반이라는 점 등을 미국 쪽에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안이 “양국 간 신뢰의 문제로, 경제·통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도 만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는 한국 국회의 결의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도 이를 전달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항상 그렇듯 한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진지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규칙 제정 절차를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몇달 안에 더 많은 세부 사항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뒤 백악관 관계자가 ‘논의할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양쪽 모두 단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이 법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거론하지만, 법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을 못박았기에 가이드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안 본부장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소가 이뤄지면 “미국 정부로서도 굉장히 심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으로 피해를 보는 다른 당사자들인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도 세계무역기구 규범을 중심으로 공조하면서 시정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다. 안 본부장은 7일에는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원의원들을 만난다.
한편 이번 문제가 다른 한-미 협력 사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미국·일본·대만 정부의 실무급이 공급망 안정을 논의하는 ‘칩4’ 회의는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하순으로 미뤄졌다. 8~9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각료급 회의 준비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도 있지만,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장기화하면 양국 협력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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