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격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사진. 윗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제임스 비숍, 리뷰 리브레스큐, G.V. 로가나산, 가운데줄 에밀리 힐셔, 자렛 레인, 매튜 라포르테, 헨리 리, 케이틀린 해머렌, 아랫줄 로스 앨러메딘, 리마 사마하, 맥신 터너, 라이언 클라크. AFP 연합
한국계 여학생 리드…문막고 제자 구한 교수
악몽 같았던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32명의 사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희생자중 메리 리드(19)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1학년생인 리드는 16일 아침 버지니아공대 노리스홀 211호실에서 프랑스어 강의를 듣다가 범인 조씨의 총격으로 숨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아버지 피터 리드는 미 공군 출신으로 현재 은퇴했으며, 뉴저지에 살고 있는 친어머니는 ‘Yon Son’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이름 손연을 미국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숙모 캐런 쿠핑거는 지난해 버지니아공대에 입학한 메리가 “탁월한 학생”이었으며 학교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목도리를 뜨게질해 할머니에게 선물하는 등 “가족에게 상냥한 사랑스러운 소녀”였다고 말했다.
메리양은 미국으로 온 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살았으며, 최근 한인들이 많이 사는 버지니아주 북부 애난데일에 거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또다른 한국계 희생자로 알려졌던 ‘래리 킴’은 친구들이 리드를 부르는 애칭이며, 리드와 같은 인물이라고 <라디오코리아> 등이 보도했다.
기숙사에서 에밀리 힐셔(19)가 숨진 뒤 사태를 파악하러 왔다 숨진 기숙사 사감 라이언 클라크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4학년생이다. 그는 항상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학생이었다고 친구들은 말했다.
희생자 가운데 기계공학 및 수학 담당 강사 리뷰 리브레스쿠(76)의 사연은 특히 미국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리브레스쿠는 2차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현장에서 살아남은 뒤 루마니아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출신 유대인이며, 20여년 동안 이 학교에서 강의를 해 왔다. 그는 강의실에 있던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강의실 문을 가로막고 섰다가 총탄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리브레스쿠의 아들 조는 <뉴욕타임스>에 “아버지가 몸으로 문을 막고 학생들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학생들은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도망쳤다”는 이메일을 학생들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 프랑스어 교수인 쿠튀르-노와크, 독일어 교수인 크리스토퍼 비숍(35), 인도 출신의 건축·환경공학 교수인 G.V. 노가나산(51) 등 최소 4명의 교수들이 숨졌다. 젊은 독일어 교수인 비숍은 아마추어 사진가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으며, 노가나산 교수의 죽음으로 노모를 비롯한 인도 남부 첸나이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비탄에 빠져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조씨는 공학관인 노리스홀 2층의 강의실 4곳을 돌며 “침착한 표정”으로 교수와 학생들에게 총을 쏘았으며, 207호 독일어 강의실과 211호 프랑스어 강의실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났다. 신입생인 레슬리 셔면 등은 수업을 받다가 불시에 침입한 조씨의 총격을 받고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숨졌다. 박민희 기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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