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피랍자 목숨 거래되는 기분…반응않겠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22명 피랍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납치세력인 탈레반측이 피랍자의 `음성 공개'를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피랍 한국인 인질의 음성이 공개된 것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가이드 임현주(32)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목소리를 내보낸 지난 26일 미국 방송사 CBS의 보도가 처음이었다.
당시 이 여성은 CBS를 통해 "우리는 지금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도와주세요"라고 거듭 호소했다.
KBS는 미국 CBS가 육성을 공개하자 "우리도 녹음 내용을 2만달러에 사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탈레반측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이를 거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28일에는 유정화(39)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로이터 통신사와 통화를 한 인터뷰 내용이 음성과 함께 보도됐으며 29일에는 일본의 한 방송사가 피랍자 2명의 육성을 확보했다며 한국에 있는 피랍자 가족들에게 음성 확인을 부탁한 사실이 전해졌다. 30일 국내 한 언론도 이지영(36)이라고 밝힌 한 인질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납치 이후 객관적인 생사 확인을 위한 자료를 한동안 제공하지 않던 탈레반측이 최근 들어 인질들의 육성 공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측이 통화나 공개를 허용한 대부분 인질들의 발언 내용은 절박한 상황과 위험을 강조하면서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발언 내용이 탈레반의 입맛에 맞게 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질들의 이런 발언은 자유로운 의사 표명이라기보다는 탈레반측의 의도를 전달하는 수단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잇따른 인질 육성 공개는 교착 상태에 빠진 인질 석방 교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탈레반측 심리전의 일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이 때문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질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려 줌으로써 가족과 우리 국민의 초조감과 동정심을 부추겨 `탈레반측이 어떤 요구를 하든 조속한 석방을 위해 받아들이자'는 `백기 투항론'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육성 녹음이나 직접 전화인터뷰 기회를 제공하는 대가로 탈레반측이 언론사들로부터 받아 챙기는 돈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만일 탈레반측이 이런 `목소리 장사'로 얻는 유무형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일부러 교섭을 늦춤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하고 부수입을 챙기려 들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이런 `목소리 거래'에 응하는 언론사들은 비록 피랍자들의 동정과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하는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지라도 탈레반의 심리전을 대리 수행하면서 오히려 교섭에 난항을 가져오도록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외신들의 잇따른 인질 음성 공개를 언급하며 "가족들과 국민을 동요시키려는 탈레반 측 심리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감시를 받는 인질들이 탈레반측이 시키는대로 하는 얘기를 시시콜콜 보도하는 것은 협상에 조금도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피랍자들의 목숨이 거래가 되는 기분이 들고 가족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며 "납치세력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육성공개에 반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탈레반측이 통화나 공개를 허용한 대부분 인질들의 발언 내용은 절박한 상황과 위험을 강조하면서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발언 내용이 탈레반의 입맛에 맞게 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질들의 이런 발언은 자유로운 의사 표명이라기보다는 탈레반측의 의도를 전달하는 수단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잇따른 인질 육성 공개는 교착 상태에 빠진 인질 석방 교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탈레반측 심리전의 일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이 때문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질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려 줌으로써 가족과 우리 국민의 초조감과 동정심을 부추겨 `탈레반측이 어떤 요구를 하든 조속한 석방을 위해 받아들이자'는 `백기 투항론'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육성 녹음이나 직접 전화인터뷰 기회를 제공하는 대가로 탈레반측이 언론사들로부터 받아 챙기는 돈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만일 탈레반측이 이런 `목소리 장사'로 얻는 유무형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일부러 교섭을 늦춤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하고 부수입을 챙기려 들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이런 `목소리 거래'에 응하는 언론사들은 비록 피랍자들의 동정과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하는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지라도 탈레반의 심리전을 대리 수행하면서 오히려 교섭에 난항을 가져오도록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외신들의 잇따른 인질 음성 공개를 언급하며 "가족들과 국민을 동요시키려는 탈레반 측 심리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감시를 받는 인질들이 탈레반측이 시키는대로 하는 얘기를 시시콜콜 보도하는 것은 협상에 조금도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피랍자 가족모임 차성민(30) 대표는 "피랍자들의 목숨이 거래가 되는 기분이 들고 가족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며 "납치세력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육성공개에 반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