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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 때릴 때 배목사 실신, 반지하 짐승우리에 구금됐다”

등록 2007-09-01 09:19수정 2007-09-01 14:26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서명화씨가 3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의 감시를 피해 바지 안쪽에 몰래 쓴 피랍일지를 보여주고 있다. 카불/연합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서명화씨가 3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의 감시를 피해 바지 안쪽에 몰래 쓴 피랍일지를 보여주고 있다. 카불/연합
서명화씨 바지 안쪽에 억류상황 몰래 기록
유경식씨 “우연히 라디오 듣고 2명 피살 짐작”
하어영 기자 카불 현지 특파
석방 피랍자 인터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한테 납치됐다 풀려난 유경식(55)씨와 서명화(29)씨는 31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총을 쏘며 버스를 세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뒤 10여분 거리에 있는 한 마을에 구금됐다가 이후 분산돼 반지하 짐승 우리 같은 곳 등에서 생활했다”고 피랍 및 억류 상황을 설명했다.

인질 19명을 대표해 이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그 안에서는 몰랐는데, 국민들한테 너무 심려를 끼쳤고 우리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이 애를 썼다”며 “우선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피랍 상황에 대해 “운전사가 버스를 세우자 탈레반이 총을 한 차례 쏜 뒤 차에 소총을 들고 올라왔다”며 “탈레반이 버스 운전사를 구타했고 이 과정에서 인솔 책임자인 배형규(42) 목사가 실신했다”고 전했다. 유씨는 “피랍 직후 탈레반이 인질들을 모두 모아놓고 총 쏘는 시늉을 하며 ‘너희들 잘못하면 이렇게 한다’고 위협했다”며 “우리는 패닉 상태였다”고 말했다.

피랍 닷새 만에 인질들은 분산되기 시작했으며 처음엔 11명과 12명으로 나뉘었다가 12명은 다시 6명으로 나뉘는 등 전체 인원이 다섯 팀으로 3~4명씩 모여 있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억류생활에 대해 이들은 “비스킷 한두 개 정도만 먹거나 감자 두 개를 절반으로 쪼개서 4명이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탈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낮에는 일하러 나가고 밤에는 소총을 들고 감시하는 식이었다”며 “수시로 자리를 옮겼고 옮기는 과정에서 누구도 바깥 상황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초췌한 모습으로 울먹이며 “우연히 라디오 뉴스를 듣고 배 목사와 심성민(29)씨의 사망을 짐작하긴 했지만 어제 도착해 나쁜 소식을 확인하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사를 심하게 했던 사람들이 몇 명 있다”며 “전체적으로 힘이 없고 이틀째 잠을 전혀 자지 못해 다들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지영(36)씨가 석방 과정에서 김경자(37)씨에게 양보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씨와 먼저 풀려난 두 명 등 셋이 함께 있었다”며 “이씨는 설사를 하고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여자 3명 중 2명이 나가는 상황에서 한 사람만 남으면 그나마 말이 통하는 자신이 남는 게 낫다고 판단해 그렇게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씨는 이날 자신의 흰 바지 안쪽에 몰래 기록한 일지도 공개했다. 서씨는 “7월24일부터 썼다”며 “12차례 자리를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 특별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1시께 마지막으로 풀려난 인질 7명이 카불의 중심가 세레나호텔에 도착해 미리 풀려난 12명과 합류하면서 인질 19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9월2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카불/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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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화씨가 바지 안쪽에 쓴 피랍일지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 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유엔 특별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바이/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 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유엔 특별기를 기다리고 있다. 두바이/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유엔 특별기를 타고 두바이로 향하고 있다. 두바이/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유엔 특별기를 타고 두바이로 향하고 있다. 두바이/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두바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두바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두바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두바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 유엔 특별기에서 내리고 있다. 두바이/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 유엔 특별기에서 내리고 있다. 두바이/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두바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두바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두바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두바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두바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두바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들이 9월1일 새벽(한국시각) 카불에서 두바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두바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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