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전세계 애도 물결
전세계 애도 물결
영화가 끝나자 장내에 소식이 전해졌다. 축하와 격려의 말이 가득 차야 할 시사회장은 갑자기 슬픔과 조의로 덮였다.
5일 밤(현지시각) 영국 런던 오데언시네마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만델라: 자유를 위한 긴 여정> 시사회장에 만델라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2분간 묵념했다. 만델라라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 영면의 길로 간 순간이었다. 만델라가 평생을 걸쳐 싸워온 아파르헤이트(백인지배 계급의 흑인 차별)를 자행한 남아공 백인 식민정권의 뿌리인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 왕자비 부부, 그리고 만델라의 딸 진지가 이 자리에 모여 함께 슬픔을 나누는 장면은 만델라가 꿈꾸었던 세상의 한순간이었다.
영화 상영 전 아버지 만델라에 대해 “아버지는 95살이고 늙고 쇠약하다. 그를 더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진지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시사회장을 떠났다. 영화에서 만델라 역을 맡은 배우 이드리스 엘바는 “넬슨 만델라 연기를 하면서 불합리에 도전하고, 장벽을 부수고, 인권을 옹호했던 사람을 그려낸 것은 큰 영광이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만델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시사회장이 그를 추모하는 극적인 현장이 됐다면,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 홈페이지는 만델라를 기리는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곳이 됐다. 구글은 이날 홈페이지 검색란 밑에 ‘넬슨 롤리랄라 만델라, 1918-2013’이라는 문구를 넣고, 이를 클릭하면 넬슨 만델라 추모센터가 제작한 그의 일대기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 주요 인터넷 사이트마다 만델라를 추모하는 글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에는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뒤 2시간 만에 300만개에 달하는 추모글이 올라왔다고 <허핑턴 포스트> 등이 전했다.
만델라 삶 그린 영화 시사회장
참석자들 일어나 2분간 묵념
구글 누리집 등 애도글 쏟아지고
오바마·반기문 등도 추모 성명
영웅 잃은 세계는 슬픔에 잠겼다 만델라를 박해했던 백인정권의 마지막 주역이었으나 그를 석방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협조한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은 “비록 우리는 정적이었고, 우리의 관계는 때론 험악했으나,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언제나 협력해서 협상을 통해서 많은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일을 한 것은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최대의 경의로 만델라를 추모했다. 특히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각별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만델라라는 사표가 없었던 내 인생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고 내가 살아있는 한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겠다”고 추모했다. 만델라와 함께 전직 국가 정상들의 모임인 ‘엘더스 그룹’을 꾸려 인권·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자유와 정의를 위한 만델라의 위대한 열정이 억압받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만델라 전 대통령은 정의로운 거인이었고 우리에게 감화를 주는 소박한 사람이었다”는 성명을 내놨다. 각국의 주요 언론들도 “자신의 존엄성과 믿음을 확고히 지킨 용서와 화해의 표본”(비비시), “분열된 남아공의 평화의 해방자”(뉴욕 타임스), “한 나라를 단결시킨 사명의 인물”(파이낸셜 타임스), “평화와 정의의 세계적 상징”(월스트리트 저널), “인자한 얼굴의 투사, 역사를 움직였다”(마이니치신문) 등의 표현으로 차별에 맞선 그의 투쟁과 화해의 노력을 평가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한 나라의 치유사가 타계했다”며 그를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서 킹에 비견되는 인물로 평했다. 만델라와 함께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투쟁을 함께 한 동지이자 정신적 지주인 남아공의 데즈먼드 투투 주교는 만델라가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이자 위인인 이유를 추모사를 통해 잘 드러냈다. 투투 주교는 “그는 성인인가? 성인이 결점 없는 완전한 인물이라면 그는 아니다”라며 만델라가 분열과 타락상을 보이는 현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동료들에게 집착하는 등 약점이 있었다고 거론했다. 하지만 투투 주교는 “나는 그가 다른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타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 평화에 대한 갈망, 용서와 화해 등을 몸으로 구현하며, 신이 부여한 많은 선한 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가 성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투투 주교는 “그가 우리를 사랑했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고 이제 그를 땅에 눕게 하자”고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참석자들 일어나 2분간 묵념
구글 누리집 등 애도글 쏟아지고
오바마·반기문 등도 추모 성명
영웅 잃은 세계는 슬픔에 잠겼다 만델라를 박해했던 백인정권의 마지막 주역이었으나 그를 석방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협조한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은 “비록 우리는 정적이었고, 우리의 관계는 때론 험악했으나,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언제나 협력해서 협상을 통해서 많은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일을 한 것은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최대의 경의로 만델라를 추모했다. 특히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각별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만델라라는 사표가 없었던 내 인생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고 내가 살아있는 한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겠다”고 추모했다. 만델라와 함께 전직 국가 정상들의 모임인 ‘엘더스 그룹’을 꾸려 인권·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자유와 정의를 위한 만델라의 위대한 열정이 억압받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만델라 전 대통령은 정의로운 거인이었고 우리에게 감화를 주는 소박한 사람이었다”는 성명을 내놨다. 각국의 주요 언론들도 “자신의 존엄성과 믿음을 확고히 지킨 용서와 화해의 표본”(비비시), “분열된 남아공의 평화의 해방자”(뉴욕 타임스), “한 나라를 단결시킨 사명의 인물”(파이낸셜 타임스), “평화와 정의의 세계적 상징”(월스트리트 저널), “인자한 얼굴의 투사, 역사를 움직였다”(마이니치신문) 등의 표현으로 차별에 맞선 그의 투쟁과 화해의 노력을 평가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한 나라의 치유사가 타계했다”며 그를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서 킹에 비견되는 인물로 평했다. 만델라와 함께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투쟁을 함께 한 동지이자 정신적 지주인 남아공의 데즈먼드 투투 주교는 만델라가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이자 위인인 이유를 추모사를 통해 잘 드러냈다. 투투 주교는 “그는 성인인가? 성인이 결점 없는 완전한 인물이라면 그는 아니다”라며 만델라가 분열과 타락상을 보이는 현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동료들에게 집착하는 등 약점이 있었다고 거론했다. 하지만 투투 주교는 “나는 그가 다른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타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 평화에 대한 갈망, 용서와 화해 등을 몸으로 구현하며, 신이 부여한 많은 선한 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가 성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투투 주교는 “그가 우리를 사랑했던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고 이제 그를 땅에 눕게 하자”고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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