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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우크라, 흑해에 ‘인도주의 회랑’ 연다는데…‘평화 항해’ 불투명

등록 2023-08-11 15:07수정 2023-08-11 15:13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이즈마일 항구에 곡물이 쌓여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이즈마일 항구에 곡물이 쌓여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흑해에 새 인도주의 회랑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흑해 인근에서 러시아와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어 항로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1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국제해사기구(IMO)에 임시 인도주의 항로 개설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항로는 일단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 초기부터 초르노모르스크, 오데사, 피우데니 등 항구에 있던 민간 선박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선 약 60척이 우크라이나 항구에 발이 묶인 상태다. 전쟁으로 항구가 봉쇄되며 갇혀있던 상선이 우크라이나 항구를 벗어날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항해가 가능한 선박의 경우 이 길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뢰나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을 가할 위험성이 있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배가 이 항로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레 찰리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로이터에 “회랑은 투명하게 운영될 것이며 우리는 선박에 카메라를 설치한다”라며 “이것이 순수하게 인도적인 임무를 위한 것이지 군사적 목적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송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인도주의 회랑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은 아직 없는 상태다.

다만 인도주의 회랑이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해운 및 보험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새로 열릴 통로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이며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있다고 짚었다. 선박 대부분이 러시아군의 공격 등 물리적 위험성 때문에 항해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보험사와 이들을 지원하는 은행이 동의해야 하겠지만 그들은 (통로 이용이) 위험해서 꺼려진다고 말할 것 같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돼 흑해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됐지만 흑해 항구에 남은 상선의 상황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많은 선원들이 이미 대피했고 현지에서 고용된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선박을 관리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중순 러시아가 곡물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흑해 인근에서 양쪽 군이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이 지역의 긴장은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로 접근하는 선박을 위협으로 여기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운다고 여길 것이라고 선포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항구로 접근하는 선박에 같은 대응을 하고 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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