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범죄”라고 비난하며 상임이사국이 가진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주제로 한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 공개 토의에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해 “전세계 대부분이 이 전쟁의 진실을 알고 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자원을 목표로 한 러시아의 범죄적이고 도발적인 침략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 함께 자리한 것은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언을 할 때 러시아 쪽에서는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만 참석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발언이 끝난 뒤 회의에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엔 개혁을 촉구하며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가운데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채택할 수 있다. 다만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가지고 있어 한 나라라도 거부하면 채택이 불가능하다.
그는 “침략자의 손에 있는 거부권이 유엔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라면서 “모든 노력이 침략자나 그를 용납하는 이들에 의해 거부되기에 전쟁을 끝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뒤이어 두 번째로 발언권을 얻은 것을 두고 러시아는 반발했다. 네벤자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이사국에 앞서 발언을 하면 “안보리의 권위를 훼손”한다며 “원맨쇼”가 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안보리 의장국인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는 “당신들이 전쟁을 멈추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단에 설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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