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 뒤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인도가 무기 공동 생산과 투자 협정 체결 등 군사·경제 분야 협력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고립을 꾀하는 가운데 두 나라가 더욱 밀착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하고 무기 공동 생산 등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가 군사 장비를 공동 생산하는 데 있어서 가시적인 진전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의 협력은 전략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며, 두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고 유라시아 대륙의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군사 장비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인도의 의지를 존중하고 인도에 필요한 장비를 인도에서 생산하도록 지원할 채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무역과 투자 문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분쟁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와 러시아의 무역액이 올해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도는 러시아와 투자 협정을 체결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이끌고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의 자유 무역 협정 체결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이 연합은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 정회원인 경제 협력체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해 2월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잇따라 제재를 가하자, 인도와의 협력을 크게 강화했다. 특히,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이후 인도·중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크게 늘렸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헐의 집계를 보면, 인도는 지난 2021년 러시아산 원유를 월 평균 40만t 정도 수입했으나, 지난해 7월에는 877만t까지 수입량을 늘렸다. 이는 러시아의 한달 수출량의 49%에 달하는 물량이다. 인도는 그 이후 수입 물량을 조금 줄였으나, 여전히 러시아 원유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외교 장관 회담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그를 만나기 앞서 두 사람이 우크라이나 분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려는 걸 안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이샹카르 장관에게 모디 총리의 내년 러시아 방문을 요청하고 “우리가 모든 현안들, 러시아와 인도의 관계 발전 전망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9월까지 두 나라의 무역액이 지난해 전체 무역액을 넘어섰다며 “원유, 석유 제품 무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외에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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