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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최근 우크라 사태에 긴장…나토군 상시주둔까지 요청

등록 2015-05-18 20:59수정 2015-05-19 10:23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 옛 도심에 있는 바르샤바 봉기 박물관을 찾은 관객이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러시아에 분할점령된 폴란드의 상황을 표시한 동판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 옛 도심에 있는 바르샤바 봉기 박물관을 찾은 관객이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러시아에 분할점령된 폴란드의 상황을 표시한 동판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③ 폴란드
지난 14일 폴란드는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과 공동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나토군의 상시 주둔을 요청했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해두겠다는 의도다.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빼면 폴란드가 러시아와 직접 어깨를 맞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동쪽으로 발트 3국, 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 등 ‘완충지대’ 구실을 하는 나라들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폴란드는 최근 몇년새 부쩍 주변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했을 땐 서방 군사동맹인 나토의 개입을 주도했다.

러·독 등 열강사이 수난의 역사
‘순망치한’ 절박함 뼛속에 새겨

“러시아는 늘 주변국 위협·침공
내일은 폴란드 될 수 있다” 우려
나토·유럽연합 가입 적극 나서
러와 ‘대화 아닌 대결’ 악순환

폴란드의 이런 태도는 러시아와 무려 1340km의 국경을 접한 핀란드의 유연한 균형외교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뼛속까지 ‘순망치한’의 절박함을 새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겨레>와 만난 카지미에시 부이치츠키 바르샤바대 교수는 이런 정서를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현재 러시아의 정치는 서구의 사고방식으로는 ‘완전히 낯선 것’이다. 러시아는 어떤 의미에서 (한정된) 영토가 없다. 러시아는 항상 주변국 국경을 위협하고 침공해왔다.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지만, 내일은 폴란드를 위협할 거고, 폴란드가 정복되면 독일을 위협할 거다. 그런 식으로 (유럽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포르투갈까지 침공할 거다.”

폴란드는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확실하게 ‘서쪽으로 옮겨간 나라’다. 우선 영토부터 그렇다. 승전국 소련이 ‘공산주의 형제국가’가 된 폴란드를 압박해 동쪽 영토 일부를 소비에트 연방인 우크라이나에 떼어줬다. 소련은 대신 자신들이 분할점령한 패전국 독일의 동쪽 영토 일부를 폴란드에 붙여줬다. 전쟁 이전과 견줘, 폴란드 영토가 통째로 서쪽으로 약간 옮겨진 것이다.

영토만 서쪽으로 옮겨간 게 아니다. 소련 붕괴 이후 폴란드는 정치·경제 시스템과 외교안보도 서방 편임을 분명히 해왔다. 1999년 폴란드는 체코, 헝가리와 함께 옛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으로는 맨 먼저 나토에 가입했고 2004년에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됐다. 뿐만 아니라 서유럽의 전통 강국인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와 함께 유럽연합 주요 6개국(G6)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폴란드는 오랜 세월 가톨릭 문화권에 속하면서 스스로를 서유럽의 일원으로 생각해왔는데, 러시아는 폴란드를 자꾸 슬라브권 공동체로 묶으려 들면서 서로 거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의 안보 구도는 ‘서방’으로 통칭되는 미국·유럽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특히 두 세력권의 경계이자 옛 소비에트연방 국가들이 자리한 동유럽과 발트해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의 군사경계 태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러시아 외교부 핵 비확산·군축국의 미하일 울리야노프 국장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핵무기 감축 가능성을 저해하는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러시아 연방의 군사교리에 대하여’라는 새 군사 정책을 채택했다. 이 문서는 “러시아의 문 앞에까지 닥친 나토의 군사력 증강이 러시아가 직면한 핵심적 외부 위협”이라며 “전력적 억지 수단으로 (외부 위협에 대해) 정밀타격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런 대결 국면에서, 지정학적으로 나토와 러시아의 한가운데 위치한 폴란드는 서방에 ‘올인’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폴란드 크라쿠프대 등에서 초빙교수를 지낸 임지현 서강대 교수(서양사)는 “폴란드 외교는 마치 우리나라가 최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못잡고 갈팡질팡하는 것과도 비슷해보인다”며 “그런 면에서 유럽의 외교안보 정책에선 핀란드가 훨씬 스마트하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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