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한복판에는 1955년 소련 지도자 스탈린이 폴란드에 ‘우정의 선물’로 지어준 문화과학궁전이 우뚝 서 있다. 폴란드에선 ‘이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쳐다보기도 싫은 건물이 보이지 않아 행복하다’는 농담이 있을 만큼 소련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강대국 사이에서] ③ 폴란드
나라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폴란드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엠디)의 자국 배치를 적극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엠디를 자국에 끌어들임으로써 유사시 ‘인계철선’이 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다. 하지만 안보를 최우선에 두고 도입중인 엠디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은 더 커지는 딜레마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01년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란 핵위협’으로부터 유럽과 미국을 방어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폴란드와 체코에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뒤, 러시아는 동유럽에 구축되는 엠디는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목적이라며, 엠디를 도입한 나라들은 ‘선제적 대응’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2차대전때 독·러 사이 ‘악몽’
우방국에 대한 불신 깔려
나토의 집단방위 보장 원해
최근 요격미사일 배치 결정
러 “선제대응 표적됐다” 경고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나토 사이의 ‘신냉전’적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의 위협이 강도를 더하는 상황에서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미국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도입을 결정하는 등 엠디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셰크 소체비차 폴란드 외무차관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고 미군의 폴란드 영토내 주둔을 지지하는 것은 폴란드 국내에서 강력한 정치적, 사회적 지지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여기에는 폴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당한 끔찍한 악몽과 ‘우방국’에 대한 불신의 경험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1939년 9월 독일이 폴란드를 전격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당시 폴란드는 방위협약을 맺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의 지원을 기대했다. 그러나 두 나라는 나치 독일에 선전포고만 했을 뿐, 이듬해 5월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 폴란드는 나치 독일에 완전히 점령당했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8월, 바르샤바는 나치 점령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다. ‘연합국’ 소련군이 바르샤바 바로 앞까지 진군하자, 영국 런던의 폴란드 망명정부는 자력으로 바르샤바를 해방시켜 승전의 지분을 키우려 했다. 기습 봉기는 성공적이었고, 도시는 두 달 동안 해방구의 감격을 맛봤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나치 독일의 반격과 무자비한 보복으로 적어도 20만명이 학살당하고 바르샤바는 잿더미가 됐다. 소련군은 수수방관했다. 전쟁이 끝난 뒤 폴란드에 공산당 정부를 세울 속셈이었고, 따라서 폴란드의 자력 해방과 망명정부의 귀환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쓰라린 좌절에서, 폴란드는 동맹군이 자국 영토 안에 상주해야만 외세 침략 때 자동개입하는 ‘인계철선’이 작동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폴란드가 가입한 나토의 토대인 ‘워싱턴조약’은 제5조 ‘집단방위’ 조항이 핵심이다. “회원국(들)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력을 포함해 피침국의 안전보장에 필요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안보 위협의 강도가 커질수록 폴란드는 이 조항의 확실한 적용을 보장받고 싶어한다. 미사일방어체계를 유치하고 나토군의 상주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토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러시아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의 턱밑에서 핵 억지력을 일거에 무력화하는데다, 방어용 요격 미사일이라곤 하지만 언제든 공격용 미사일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판 쿠바 위기’라 할 만한 폴란드 내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두고두고 폴란드 안보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르샤바/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우방국에 대한 불신 깔려
나토의 집단방위 보장 원해
최근 요격미사일 배치 결정
러 “선제대응 표적됐다” 경고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나토 사이의 ‘신냉전’적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의 위협이 강도를 더하는 상황에서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미국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도입을 결정하는 등 엠디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셰크 소체비차 폴란드 외무차관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고 미군의 폴란드 영토내 주둔을 지지하는 것은 폴란드 국내에서 강력한 정치적, 사회적 지지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여기에는 폴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당한 끔찍한 악몽과 ‘우방국’에 대한 불신의 경험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1939년 9월 독일이 폴란드를 전격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당시 폴란드는 방위협약을 맺고 있던 영국과 프랑스의 지원을 기대했다. 그러나 두 나라는 나치 독일에 선전포고만 했을 뿐, 이듬해 5월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않았다. 그사이 폴란드는 나치 독일에 완전히 점령당했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8월, 바르샤바는 나치 점령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다. ‘연합국’ 소련군이 바르샤바 바로 앞까지 진군하자, 영국 런던의 폴란드 망명정부는 자력으로 바르샤바를 해방시켜 승전의 지분을 키우려 했다. 기습 봉기는 성공적이었고, 도시는 두 달 동안 해방구의 감격을 맛봤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나치 독일의 반격과 무자비한 보복으로 적어도 20만명이 학살당하고 바르샤바는 잿더미가 됐다. 소련군은 수수방관했다. 전쟁이 끝난 뒤 폴란드에 공산당 정부를 세울 속셈이었고, 따라서 폴란드의 자력 해방과 망명정부의 귀환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쓰라린 좌절에서, 폴란드는 동맹군이 자국 영토 안에 상주해야만 외세 침략 때 자동개입하는 ‘인계철선’이 작동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폴란드가 가입한 나토의 토대인 ‘워싱턴조약’은 제5조 ‘집단방위’ 조항이 핵심이다. “회원국(들)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군사력을 포함해 피침국의 안전보장에 필요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안보 위협의 강도가 커질수록 폴란드는 이 조항의 확실한 적용을 보장받고 싶어한다. 미사일방어체계를 유치하고 나토군의 상주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토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러시아의 신경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의 턱밑에서 핵 억지력을 일거에 무력화하는데다, 방어용 요격 미사일이라곤 하지만 언제든 공격용 미사일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판 쿠바 위기’라 할 만한 폴란드 내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두고두고 폴란드 안보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르샤바/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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