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이뤄진 뒤인 25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주거 건물이 파괴된 모습이 확인된다. 키예프/로이터 연합뉴스
북쪽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돌파한 러시아의 기갑부대가 수도 키예프 외곽 32km 부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키예프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4일 미 하원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기계화 부대가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진입해 키예프의 20마일(32㎞) 부근까지 진입했다. 러시아에서 진입한 다른 부대도 좀 떨어져 있지만, 이 둘 모두 키예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인 도시를 둘러싸고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예프를 옥죄고 있는 러시아의 기갑부대에 대해 우크라이나 수뇌부를 타격하기 위한 ‘참수 부대’라는 정보 판단을 내린 셈이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도 잇따라 키예프를 타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이날 “키예프를 향해 러시아의 순항 미사일 또는 탄도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엔엔>(CNN) 현지 취재진도 이날 새벽 저만치서 두개의 거대한 굉음을 들었고 최소 3개의 또다른 폭발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더페아>(Dpa) 통신은 드니프로강 동안에 있는 주거용 건물이 타격을 받고 화재가 발생했고, 미사일의 파편이 주변을 덮쳤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개전 첫날인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총 16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는 키예프의 상황을 전하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의 트위터.
로이드 국방장관은 이날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단일성을 존중한다. 근거 없고 정당성 없는 러시아 공격에 대해 방어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모두 우크라이나가 ‘집단안전보장’을 공유하는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직접 무력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애통해했다. 그는 타격 사실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에서 “끔찍한 러시아의 로켓이 키예프를 타격했다. 우리 수도가 이런 경험을 했던 것은 1941년 독일 나치에 공격을 당했을 때였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사악함을 이겨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푸틴을 멈추고, 러시아를 고립시키자”고 호소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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