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의 재난 대응팀이 17일(현지시각) 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시인 자포리자에서 원전 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자포리자/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 주변 전투가 격화하면서 원전 안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17일(현지시각) 원전 사고를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는 16일의 크림반도 탄약고 폭발과 연루 가능성이 있는 비밀 이슬람 조직을 적발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남부 자포리자 원전 인근의 주요 도시인 자포리자에서 재해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날 훈련은 보호 장비를 완비한 초기 대응팀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방사성 물질 검사를 실시한 뒤 은박지 필름으로 환자를 덮어 구급차로 이송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정부 당국은 재난 대응팀의 훈련을 앞으로 며칠 동안 반복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훈련은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실시됐다. 러시아군이 원전을 보호막으로 삼은 채 공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쪽은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시설과 인근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쪽 모두 원전 사찰단의 방문을 원하고 있다며 사찰단을 이끌고 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8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원전 안전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원전 주변에 비무장지대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크림반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테러 단체의 비밀 세포 조직원 6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연방보안국은 이들이 16일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의 임시 탄약고 폭발과 관련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들을 무력화시킨 지역으로 잔코이와 얄타를 거론했다.
크림 행정부 수반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예상대로 이들의 활동은 우크라이나 테러 정부 쪽과 협력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악쇼노프는 이들이 러시아에서 활동이 금지된 급진 이슬람 정치단체 ‘히즈브 우트 타흐리르’(이슬람해방당) 소속이라고 덧붙였다.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러시아 흑해 함대가 빅토르 소콜로프 신임 사령관을 임명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이고르 오시포프 전임 사령관의 해임은 지난 9일 이후 잇따라 발생한 군 시설 폭발 사건의 문책성일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의 주거 지역에 이날 미사일이 떨어져 적어도 6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군은 16일 이 도시의 9개 구역 가운데 5개 구역에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이날 또 주거 지역에 있는 기숙사를 폭격했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 하르키우 점령을 시도하다가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반격을 당해 이 도시 북동쪽 국경 근처까지 후퇴했으나, 이 도시에 대한 폭격은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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