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오른쪽)이 31일(현지시각) 자포리자 원전 조사단을 이끌고 원전 인근 도시인 자포리자시에 도착하고 있다. 자포리자/로이터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조사단이 31일(현지시각) 인근 도시 자포리자시에 도착한 가운데 주변에선 이날도 전투가 이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등을 이용해 원전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공격을 시도했다고 맞섰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이끄는 자포리자 원전 조사단이 이날 원전에서 50㎞ 가량 떨어진 자포리자시에 도착했으며 1일에 원전에 들어간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진짜 임무가 1일 본격 시작될 것이라며 “이번 임무는 유럽 최대 원전을 보존하고 방사능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4명의 전문가들이 원전에 접근할 권리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쪽으로부터 확실히 보장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리가 상주할 수 있으면 임무가 길어지겠지만, 초기 작업은 며칠 동안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원자력기구 전문가들이 원전 안에 상주하는 방안을 환영한다고 오스트리아 주재 국제 기구의 러시아쪽 대표인 미하일 울리야노프 대사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현지의 러시아 관리는 이번 조사가 하루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포리자주의 러시아 점령지 민군 합동 행정부 대표인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조사단은 하루 동안 시설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현재 원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원자로 5호기와 6호기가 각각 발전 용량의 60%와 80%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이 위치한 에네르호다르시의 러시아쪽 지역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24시간 동안 60차례 이상 이 도시를 폭격했고 원전 시설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인근 도시인 마르하네츠에서 드론과 대포를 이용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 내 행정용 건물과 훈련 시설에도 폭탄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쪽은 러시아군이 원자력기구 조사단 방문을 앞두고 ‘우리가 원전을 공격하는 것처럼 꾸미려고 공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니코폴의 군정 책임자 예브헨 예브투셴코는 “러시아군이 에네르호다르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이는 아주 위험한 도발 행위다”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드미트로 올로우 에네르호다르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의회 건물 인근 지역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포탄에 맞아 구멍이 난 고층 건물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점령지를 되찾기 위해 반격을 벌이고 있는 남부 헤르손과 동부 도네츠크에서도 전투가 격렬하게 이어졌다. 헤르손 지방 의회의 유리 소볼레우스키 부대표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시, 베리슬라우, 카호우카 등 3개 지역에서 성공적인 공격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시도가 실패했다며 헬리콥터 3대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틀 동안의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전투기 2대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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