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란 테헤란에서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 대표단과 만나 발언하고 있는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부 장관. EPA 연합뉴스
이란 외교부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자폭 드론(무인기)’ 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을 재차 부인하며 우크라이나와 공동 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24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교부 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에 “우리는 드론을 비롯해 전쟁에 사용할 그 어떤 무기도 러시아에 공급한 적이 없다”며 “이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의 무장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무기 공급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직접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최고대표에게도 며칠 전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렐 대표에게 “만약 러시아가 이란산 드론을 전쟁에 사용했음이 명백해지면, 우리는 정말로 이 문제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날 테헤란 외교부에서 아시아태평양뉴스통신사기구(OANA)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사안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와 이란이 국방 협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무기를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전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이란과 러시아는 국방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와 관계된 것은 없다”며 “우크라이나와 공동 조사단을 만들어 이 문제를 밝힐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격추 뒤 수거한 잔해를 근러로 러시아가 이란산 샤헤드-136 드론을 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드론은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하는 작은 탄두를 실을 수 있어 이른바 ‘자폭 드론’으로 사용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샤헤드-136에 ‘게란-2’라는 러시아어 이름을 붙인 뒤 자국 공격에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9일 이란의 고위 관료 2명과 외교관 2명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드론 뿐 아니라 미사일 제공에도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유럽연합 정상회의 때도 국제사회의 대응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이란은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림반도에 교관을 파견해 러시아군에게 드론 조종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시엔엔>(CNN) 방송과 <뉴욕 타임스>는 최근 전현직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해 이런 의혹을 보도했다. 나세르 카나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분쟁의 한쪽에 서서 무기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대량 수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파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서 벗어나는 것을 미국은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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