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학 복민교회 목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8일 광주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희생당한 5·18 영령의 고통과 한을 어느 정도 녹여 주었다. 그러나 그날 역시 이 나라 보수당,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의 개입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세상은 아직...
박남인 시인 바다가 찔레꽃보다 좁다 봄이 오면 봄이 아니다 그 봄날 화연(花宴)인 듯 햇살이 기웃거리는 마당 가득 수많은 이름들을 심던 거친 손끝에서 구름도 피어나고 나는 저 멀리 지독하다는 것이 오직 설레임뿐이라고 오봉산 큰 바위로 눈가림을 하던 시절인 듯 치마처럼 펼쳐오던 노을 바다...
심기용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의장 얼마 전 육군이 동성애자 또는 성소수자 병사들을 색출하는 기획수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고발되었다. 결국 30여명에 대한 인권유린적인 수사가 이뤄지던 과정에서 도주 위험도 없었던 성소수자 A 대위가 구속되었고, 지난주 재판에서 기소된 법조항의 최고형인 2년을 구형...
김희정 시인 오월의 숨결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그날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하루가 퍽퍽해도 삶이 울렁거려도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 총칼 앞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를 놓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오월 광주는 봄꽃처럼 찾아왔습니다 작년 11...
이진우 한국수학교육학회 정책위원 4차 산업혁명이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간과 사물의 데이터가 수집, 축적되어 활용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공장자동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인간 노동에 의한 직업들은 ...
안현진 페미니즘 액션그룹 강남역10번출구 활동가 “우리가 ‘○○녀’가 아니라, 우리도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지난해 5월17일 강남역 인근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진행된 자유발언대 참가자의 발언이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성들은 추모의 포스트잇을...
이유림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위원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법학자로서 사회에 대해 쌓아오신 통찰을 바탕으로 새 정부에 기여하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시급한 현안 중 하나가 여성을 ‘2등 시민’으로 제약하고 있는 제도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한...
문정현 신부 돌아오는 5월18일은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투쟁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기습적으로 유치 신청된 강정 해군기지에 맞서 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를 세운 날이 2007년 5월18일입니다. 그동안 해군기지는 완공됐습니다. 그러나 강정은 여전히 해군기지 결사반대 노란 깃발을 내리지 않...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 1932년부터 1945년까지 12년간 재임했다. 그 뒤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8년씩 번갈아가며 맡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예외는 딱 두번 있었다. 지미 카터(민주당, 1977~1981)가 재선에 실패해 4년 만에 물러났고, 로널드 레이건(공화당)이 8년 집권한 ...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목사,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인권위원장 인적 뜸한 시간 작은 철망 사이로 가로등 불빛 하나 꾸벅꾸벅 졸고 있는 동안 장미 꽃봉오리가 기도한다 가던 길 멈추고 일렁이는 비닐 집안을 기웃거려 보면서 사람 하나 찾는다 저마다 내밀고 있는 숨결들 화려한 옷 걸치고 ...
김봄희 탈북인 나는 한국에 온 지 9년차 되는 새터민, 탈북인, 탈북민, 탈북자 혹은 북한이탈주민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북에서 온 사람들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여럿이지만, 다 맞는 호칭이다. 그러나 그 단어들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새터민이라는 말은 북한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소거되는 것 ...
정재영 서울 중구 신당동 5월3일, 서울행정법원은 병역거부자 116명이 병무청을 상대로 낸 병역기피자 인적사항 인터넷 공개 집행정지 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병역거부자들이 낸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병역거부자들은 “민간 대체...
안승혜 경기 김포시 장기동 함박눈이 쏟아진 그해 겨울, 아이는 예정일보다 두 달이나 빨리 세상에 나왔다. 채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멀어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몇 시간을 귓전에 맴돌았다. 그렇게 인큐베이터 안에서 20여일의 시간을 보낸 아이는 한 달 만에 집에 올 수 있었다. 1850그램의 작은 몸으로 태...
남기현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삼겹살에 싸 먹는 깻잎, 따끈한 밥에 얹어 먹는 깻잎장아찌. 깻잎을 좋아하지만 조심스레 하나하나 쥐고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하는 게 귀찮아서 자주 해 먹지는 못한다. 깻잎 겉절이는 할머니의 집약적인 노동과 관대함에 기대어 어쩌다 한번 얻어다 먹을 수 있는 사치이다. 한창 쌀 ...